권위 있지만 권위주의는 없다 …"~요" 말하는 군대 사령관
▲ 김인건 육군 제51보병사단장이 사단본부에서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김 사단장은 이날 군의 '소통', '변화' 등을 강조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 육군 제51보병사단 장병들의 훈련 모습.


장교 출신 아버지 대이어 평생 군 생활

병사·부사관·장교 모두 일상용어 대화

예비군 스피드 입·퇴소 - 전투조끼 도입

주민에 훈련장 공유 … 지역 밀착 軍으로




수도권 서남부지역의 방위와 정예 예비군 육성을 맡은 육군 제51보병사단이 180도 바뀌고 있다. 생소한 병영문화와 훈련방식 등이 도입되면서다.

일례로 병사, 부사관, 장교 모두가 '~다', '~까'로 끝나는 딱딱한 표현을 '~해요' 등 일상에서 편히 쓰이는 용어로 순화하고 있다. 상·하 계급도 상관없다.

예비군 훈련은 복장 간소화, 필요 없는 과정 생략 등 요즘 세대가 원했던 요구를 화끈하게 반영했다. 지역과의 상생도 꾀하고 있다.

보수적인 성향의 군 조직에서는 '혁신'과 가까운 변화다. 한 사람의 바람이기도 하다. 모두가 어쩔 수 없다는 '관행'을 단번에 꺾어버린 김인건 사단장(소장)이다.

"사람과 상황을 가리지 않는 권위는 필요 없다. 군의 기강과 전투력은 구성원 마음의 합(合)으로 좌우된다. 이에 나는 사람들의 '대화'부터 뚫었다."

김 사단장은 군이 '권위'는 필요하지만 '권위주의'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교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 평생 군에 몸담는 동안 오롯이 간직했던 소신이다.

그가 지난해 1월 51사단장에 취임하자마자 간부들에게 건넨 제안은 파격적이었다. 선·후임, 병과를 막론하고 '요'자를 쓸 수 있게 하자는 얘기였다.

김 사단장은 군의 경직된 언어관행이 활발한 소통을 막는다고 판단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다', '~까'로만 말을 끝내는 이른바 '다나까' 문화가 익숙해진 상황에서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그 뒤 부대에 찾아온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딱 '필요한 말'만 해왔던 구성원들의 대화가 일상화됐고, 관계는 더욱 친밀해졌다. 실제 사단장과 병사들의 관계만 봐도 남다르다.

이곳 부대에선 병사들이 이동 중인 사단장을 마주치면 경례에 그치지 않고 편하게 안부를 묻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단장도 병사에게 "별일 없냐"는 말을 시작으로 자연스레 대화한다.

특히 하급자들은 발언에 용기를 내고 있다. 부대 홈페이지에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리드 WHY'라는 게시판이 있는데, 이등병들도 부대 운영이나 병영문화와 관련 있는 발전적인 의견을 자유롭게 남기고 있다.

김 사단장은 "군의 언어습관이 갖는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구조"라며 "소통이 중요한 것이지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리고 군인은 상급자를 경계하는 게 아니고 적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군 체계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 사단장은 '일로 바쁜데 훈련은 느리다', '보람이 없다', '불편하다'는 등 예비군 훈련 현장의 목소리를 듣곤 갖가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우선 '스피드 입·퇴소'다. 현재 부대원들은 예비군 입·퇴소에서 노트북과 전자식 서명기계를 활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부대원이 서류 여러 장을 펴놓고 인원 한명 한명을 일일이 확인, 서명하는 등 절차가 복잡했다.

이 덕에 예비군들은 불필요한 시간을 30여분 단축할 수 있었다. 또 별다른 용처도 없는데 착용은 의무라 '예비군 불만 상위권'이었던 탄띠(벨트)는 보다 실용적인 전투조끼로 전량 교체됐다.

김 사단장은 예비군의 자발적 노력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자율참여형 훈련'이 적합하다고 보고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예비군이 팀 단위로 훈련을 받은 뒤 성과를 달성하면 조기퇴소 시키는 방식이다.

그는 "국민의 한사람으로 의무를 지키고자 온 이들에게 시간적 불편 등을 줘서는 안 된다"며 "51사단에서 훈련받은 예비군들에게서 적어도 '보람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사단장은 '지역과 상생하는 군'이라는 소망을 갖고 있다. 군이 행사 등이 있을 때만 지역과 협조하는 게 아니라 주민들의 실생활과 밀착해 지내자는 취지다.

이에 그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예비군 훈련장을 개방하는 이른 바 '공유 훈련장'이다. 훈련이 없는 주말에는 운동회 등 목적을 가진 주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하는 등 하나의 지역명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는 "지역에 있는 군은 지역에 사는 주민들을 위해 존재한다. 주민들이 군을 잘 모르거나 기피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며 "악영향이 없다면, 주민과 군이 함께하는 멋있는 훈련장의 모델을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사단장은 사람, 그리고 변화에 같이 움직이고 싶어 했다. 그런 사단장이 '훌륭한 리더'라고 믿기 때문이다. 오늘도, 내일도 그는 부대원과 함께하는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

육군 제51보병사단 & 김인건 사단장은

수도권 서남부 향토사단 … 연간 22만명 예비군 훈련


육군 제51보병사단은 수도권 서남부지역(수원·화성·안산 등)을 담당하는 향토사단으로, 지난 1975년 3월 창설됐다.

예비군 정예화와 민·관·군·경 통합방위태세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연간 22만여명에 달하는 예비군을 훈련한다. 이는 전군에서 가장 많은 수다.

제20대 사단장인 김인건 소장(육군사관학교 45기)은 작전환경과 조직소통에 능숙한 리더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51사단 소속 9개의 훈련장은 4개의 최첨단 훈련장으로 통합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준공 예정일은 202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