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농업과 축산업 모두 유럽 최대의 나라이지만 정작 프랑스인들은 생우유를 많이 마시지 않고 버터나 치즈 그리고 요구르트 같은 유가공품의 소비가 많다. 프랑스의 슈퍼에 가보면 유가공 식품이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다. 특히 치즈 종류가 많아서 대형슈퍼에는 50여 가지 이상의 치즈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요구르트 진열대에도 수십 가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어 낙농대국의 면모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생우유 쪽은 간단하고 빈약하게 보인다. 생우유 소비 자체가 저조하다보니 슈퍼에서도 대부분 구석자리에 있어 찾기도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러나 작년부터 대표적인 우유제품 회사 칸디아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각종 정보를 우유병 표면에 가득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고 생우유 소비를 진작시키고 있다는 보도다. ▶우유병에 크고 작은 글씨로 인쇄된 칸디아의 정보를 보면 젖소를 키우는 축산농가와의 협력을 통해서 양질의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유전자변형 사료를 먹이지 않고 일 년에 최소한 150일 이상을 초원에서 목초를 뜯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는' 젖소의 우유만을 2만여 축산농가로부터 사입하고 있다고 했다. 통계에 따르면 젖소를 키우는 축산 농가는 평균 50여마리를 사육하고 있는데 20여년 전보다 늘어났다는 것이다. ▶유럽 대륙의 요지에 풍요로운 국토를 가진 프랑스는 전통적인 농업국가였다. 2차 세계대전 이전만 해도 35%에 달하는 프랑스인들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와 농가규모의 확대 등으로 농업인구가 줄기 시작하면서 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서 보조금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파리에서 언론사 특파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 국회에서 농업장관에게 과도한 보조금 예산을 비판하는 의원들에게 "프랑스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늘과 땅만 믿고 노력하는 농민들이 5%는 되어야 한다"고 답변하던 장관의 답변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프랑스 농민 수는 계속 줄어들어 국가적으로 그렇게도 염원했던 5%선이 깨지고 이제는 3.2%에 머물고 있다. 식량의 무기화에 대비한다거나 건강한 국가를 위한 최소한 5%의 농민이라는 꿈은 사라졌지만 농민의 평균연령이 젊어지고 도시의 청장년들이 귀향해 농가의 평균소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칸디아 같은 대형 유제품 회사에서 축산인들과 건강하고 행복한 젖소들과의 공생을 강조하는 것도 농업국가 프랑스의 긍정적인 면모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