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일 인천부평으뜸포럼 대표

지구라는 행성에 같이 사는 우리는 미래를 보는 눈으로 몇 차례의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오늘에 이르렀다. 인간의 지적 호기심은 과학이 됐고, 그 이론이 산업과 기술을 발전시켰다. 우리는 차세대에 부담을 넘기지 않고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와 암울한 고용 속에 있는 젊은이들이 아버지의 지도 밖으로 행군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세 가지를 포기하며 사는 그들에게 가보지 못한 길도 걷도록 하고, 수많은 청춘이 배를 타다 영원히 바다로 가버렸다는 얘기도 들려줘야 한다. 이를 위해 청년기 자아 탐색을 위한 갭이어(Gap year)는 더욱 보편화돼야만 한다. 또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흘러나오는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 소리에 복종하려는 양심을 지킬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한다.

국정의 중심 과제는 경제와 외교다.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강의 기적'이라는 가슴 벅찬 드라마를 선물하고 싶다. 이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의 연구에 따라 아이디어, 사람, 재료를 새로운 생산의 세 가지 요소로 삼아 내생적인 성장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상을 제로섬(zero-sum)으로 보는 경제관은, 누군가의 성공을 다른 누군가의 실패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남의 고통을 행복으로 여기는 샤덴프로이데가 만연한 국가는 갈수록 살기등등한 운명공동체로 치닫는다. 인간의 존엄을 짓밟으며, 사회 갈등을 치유하지 않고 오히려 그 골을 더 깊게 한다.

세계 선진 국가들은 좌우의 대립을 벗어나 어떻게 하면 개방적인 열린 사회로 발전할까 고민한다. 한국 정치인들은 진영 논리로 전근대적인 공성전(攻城戰)을 벌이기 일쑤다. 때문에 외부를 향해 열린 세계가 보이지 않는다. 벽을 밀면 문이 되고, 문을 열면 길이 보인다.
정복 제국 로마는 포용 없이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노동력이 생산의 중요한 요소였기에 경제적 번영을 위해서는 인구가 국력의 척도였다. 기발한 다문화 정책으로 인구를 배가하는 한편 승자의 권리를 포기하고 패자 사비니 족을 모두 포용했다.
근년에 글로벌 슈퍼 파워로 등장한 중국에는 '태산은 한줌의 흙도 버리지 않고, 바다는 한줄기의 강물도 밀어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부국강병을 위해 우리에겐 세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가가 가진 모든 힘을 결집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이다. 이는 국가 조직을 위해 스스로 불타오를 줄 아는 사람에게서 가능하다.

위기 때 우군 확대는 외교의 상식이다. 한반도 지형의 저주라는 표현이 가혹하게 들릴 지 모르지만,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생존해야 하는 우리는 동아시아 미래에서 확실하게 위치를 잡아야만 살 수 있다. 미국과 글로벌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우리에겐 언제나 지형적으로 숙명적인 존재다. 중국 그리고 이웃 일본과의 관계를 재정리해야 한다. 청해진을 구축했던 신라의 장보고가 그리워지는 이유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역설한 바와 같이, 대한민국을 용(用, utilitas)과 강(强, firmitas) 그리고 미(美, venustas)가 있는 국가로 만들어 나가자. 냉정하게 내일을 바라보며 꿈이 있는 국가, 위정자의 품격 있는 언어로 서로 신뢰하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 권력은 역사의 과객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