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백경 에이스트리플파트너스 대표

'용기 있는 자만이 미인을 차지한다'(Non but the brave deserve the fair)는 영국 속담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은 고등학교 시절 대부분 성문종합영어로 영어 공부를 했다. 한참 이성에 관심이 많았을 나이에 읽은 '용자만이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이 예문은 오래 기억에 남아 용기가 필요할 때 떠오르는 문장이었다. 내면이든 외모든 아름다운 사람에게 끌리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다만 인간관계는 쌍방적인 것이므로 거절당할 두려움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고백을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관계의 시작에서도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창업에서도 용기가 필요하다. 남이 만든 업에 동참하는 취업과 달리 업을 시작하면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를 오롯이 창업자가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창업의 시기란 아직 제품이 완성되지 않았고 고객이 발굴되지 않았으므로 본인의 생계비를 벌 수 없는 시기이다. 개인 창업이든 팀 창업이든 최소한 3년 정도는 손가락을 빨면서 버틸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창업에 도전하는 것이 좋다. 결혼을 한 경우라면 배우자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청년창업사관학교 7기에 지원한 김민재 씨는 만 19세로 최연소 합격했다. 동시에 입학한 대학에서 휴학이 안돼 대학에 다니면서 창업활동을 시작했다. 2학기에야 휴학이 돼 창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 항공고등학교를 다니다 중퇴하고 검정고시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딴 김 군은 자신의 경험을 살려 '항공비행사가 되려는 중학생을 위한 진로체험 학습키트'를 사업과제로 추진했다. 졸업 후 1년 뒤에는 '방과 후 학생 코딩교육용 키트'를 개발해 추가지원도 받았다.

창업사관학교 졸업 후 대학 추천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심층 코칭을 하면서 김 군의 역량과 열정을 익히 봐온 터였다. 관찰하고 느낀대로 추천서를 잘 써주었다. 그 결과 경희대 컴퓨터공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경력을 쌓은 다음 창업을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창업 형태였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창업을 먼저 하고 창업을 경력으로 대학을 가는 새로운 방식이 생긴 것이다.
김 군이 대학에 합격하고 같이 점심을 먹을 기회가 있었다. 점심을 먹으면서 김 군은 경력직원을 뽑으려 한 면접장의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당시 응시한 직원은 왜 내가 나이도 어리고 지식도 부족하고 경험도 없는 대표에게 고용되어야 하느냐고 질문했다고 한다.
사장이 직원을 뽑기 위해 면접한 것이 아니라 직원이 사장의 능력을 테스트한 듯한 질문이었다. 그때 김 대표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러면 직접 회사를 차려서 대표하세요.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망할까봐 겁나서 못하시잖아요. 저는 잃을 게 없어요." 그 직원은 물론 뽑지 못했다. 나는 그 직원을 설득해서 뽑았어야했다고 아쉬워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에서 용기란 비겁과 무모함 사이의 중용이라고 설명했다지만 적어도 창업의 영역에서는 무모함 쪽에 더 가까이 가야 창업을 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나 자신도 29세에 창업한 당시를 생각해 보면 균형 잡힌 용기가 아니라 무모함에 가까웠다. 다만 30년전보다 창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창업을 단지 창업가가 돈을 벌기 위한 개인적인 일로 보지 않고 창업이 국가 경제 발전과 고용 창출에 기여한다는 사회적 시각이 커졌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창업지원의 규모를 키우고 지원 영역을 세분화하는 것은 그만큼 창업이 국민경제의 활력과 고용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창업기업에 투자와 대출을 집행할 때 대표이사 개인의 연대보증을 폐지한 것은 창업 실패 시 기업의 채무를 창업가 개인에게 전가시키지 않음으로써 창업에의 용기를 북돋우는 정책적 배려다. 이러한 정책적 배려와 창업가의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창업이 활발해지고 국가의 경제가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실리콘 밸리의 통계에 의하면 창업기업은 평균 2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3번째 성공한다고 한다. 우리 속담에 내기도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다. 공자도 중용의 덕을 가진 군자 다음으로 실천이 뒤따르지 못해도 뜻이 앞서는 광인(狂人)을 사랑했다. 많은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광인의 용기를 본받아 대한민국 창업 삼세판에 도전하기를 바란다.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젊은이라면 뜻하지 않게 4년 장학생으로 대학에 갈 길이 열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