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S 노동자와의 근무여건 개선 합의 '모르쇠'
해수부 장관 방문때 집회신고하자 동선 교체
"장관님, 크루즈터미널엔 배 타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해양수산부가 인천항 행사에 참석하는 문성혁 해수부 장관이 인천항 보안 근무자들의 집회 현장을 피해갈 수 있도록 장관 일정에 '해상 이동'을 급히 넣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4일 해수부에 따르면 문 장관은 인천항 크루즈터미널 개장을 축하하고 인천지역 해양수산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 26일 인천을 찾는다.

당초 문 장관은 해양수산업·단체장 오찬 간담회에 이어 인천신항 개발과 내항 1·8부두 재개발 현황 점검 자리를 가진 뒤, 차량으로 크루즈터미널을 방문할 계획이었다. 이 일정은 22일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을 통해 언론에 공개됐다.

그런데 이튿날 장관 일정이 급히 변경됐다.

내항 1·8부두 재개발 현황 점검 계획이 사라진 대신 인천항 해상 안전 점검·시찰을 이유로 인천항만공사(IPA) 소유 '에코누리호'에 승선하는 일정이 추가됐다.

크루즈터미널을 방문하기 위한 문 장관의 동선이 육상에서 해상(신항관리부두→크루즈터미널 부잔교)으로 바뀐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IPA 자회사 인천항보안공사(IPS) 직원들은 문 장관 방문 일정에 맞춰 크루즈터미널 초입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집회 신고는 지난 18일 이뤄졌다. IPA가 지난해 8월 임금 감소와 현 3교대제 방식 등 불합리한 근무 여건을 개선하기로 약속해놓고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항의 차원이다.

그러나 문 장관에게 이 사실을 알려 열악한 근무 환경을 바꿔보려던 IPS 근로자들의 계획은 장관 일정이 변경되면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오정진 공공운수노조 인천항보안공사지부장은 "문 장관에게 인천항 보안을 책임지는 근로자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알리려고 했는데, 이동 경로를 육상에서 해상으로 변경할 줄을 미처 몰랐다. 의도적으로 집회 현장을 우회하려는 목적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천해수청 관계자는 "처음부터 장관의 이동 수단으로 차량과 선박을 놓고 저울질을 하던 상황에서 막판에 에코누리호를 선택한 것일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