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체육계, 시·도지사 겸직 금지 따른 연말 선거 앞두고 불안감·우려 확산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를 규정한 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이후 연말까지 새 회장을 뽑아야 하는 체육계는 여전히 불안하고 답답하다. <인천일보 1월28일자 17면>

새로 뽑힐 민간인 체육회장의 임기(2020~2024년)와 이후 치러질 동시지방선거에서 선택을 받을 단체장의 임기(2022~2026년)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연말에 현 시정부와 가까운 인물로 새 체육회장을 뽑아놨는 데, 2022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새 단체장과 여당 성향 체육회장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서 서로 마찰을 빚을 게 너무 뻔히 보이는 상황인 것.

이 경우 "예산 지원 중단 등 여러가지로 문제로 체육회를 포함해 지도자와 선수 등 체육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체육계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특히, 인천은 이전에도 이런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적이 있어 염려가 더 크다.


▲ 엇갈린 임기, 정권교체시 갈등 심각

인천은 지난해 전임 유정복 시장 시절 임명됐던 상임부회장이 지방선거 후 정권교체가 됐음에도 사퇴하지 않고 버티면서 현 박남춘 시장과 대치를 이어갔다.

이에 인천 체육계는 상당 기간 혼돈에 빠졌었다. 결국 인천시가 '상임부회장 제도 폐지'라는 극단적 결단을 내리고 나서야 사태는 겨우 마무리됐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가 통합되기 전인 2014년 말, 그해 지방선거 결과 송영길에서 유정복으로 인천시 권력이 교체되면서 인천시생활체육회는 2015년 예산 16억9000만원 중 국민생활체육회 지원금 8800만원만을 제외한 예산 전액이 깎여 사실상 식물조직으로 전락했다.

송영길 시장 시절 임명됐던 인천시생활체육회 회장과 사무처장이 유정복 시장으로 정권이 교체됐음에도 물러나지 않은 것이 이 사태의 원인이란 것은 당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다음해인 2015년 초 해당 사무처장과 회장이 잇따라 물러났고, 유정복 시장쪽 인사가 해당 자리를 차지했지만 깎인 예산을 회복하지 못해 연중 행사 중 가장 큰 2015전국생활체육대축전 참가가 무산될 수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시생활체육회는 각계에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했다.

결국 '형제' 관계였던 시체육회가 이사회 및 기부금위원회를 열어 대회 참가비 지원을 결정하면서 시생활체육회는 겨우 위기를 모면하기도 했다.


▲ "지방선거와 맞춰 2022년으로 유예"

이처럼 새로 뽑힐 체육회장과 시·도지사와의 관계가 체육계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한 체육인들은 향후 체육회장과 단체장 임기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

따라서 이같은 트마우마를 안고 있는 인천을 포함, 체육계 내부에서는 체육회장 선거 일정을 지방선거에 맞춰 다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도지사가 체육회장을 할 때처럼 안정적으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추는 등 대안 마련이 먼저라는 것이다.

실제, 인천의 실업팀은 포스코에너지(탁구), 현대제철(여자축구)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천시청(14종목 15개 팀/올 해 예산 약 85억원) 또는 인천시체육회(11종목 14개 팀/올 해 예산 약 53억원) 소속으로, 인천시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체육회장과 단체장의 갈등으로 예산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실업팀은 장기적으로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결국 지역 엘리트 체육의 근간은 흔들리게 된다.

게다가 선거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인천시체육회는 산하 56개 경기가맹단체와 10개 군·구 체육회를 통해 임원, 지도자(엘리트 및 생활체육), 심판, (전)선수 등 6개 분야에서 선거인단을 모집해 연말에 선거를 치를 경우 약 7000만원에서 1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일선 10개 군·구에서도 군·구 체육회장을 함께 뽑아야 하는 현실까지 감안하면 총 선거비용은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체육계 인사는 "시·도지사가 당연직으로 체육회장을 맡았을 땐 체육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것이 의무였다. 하지만 민간이 회장 체제가 들어서면 경우에 따라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 때문에 선거에 앞서 보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연말로 예정되어 있는 체육회장 선거는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다시 조정해야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