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선언 1주년 29일까지 원지영 '북방한계선 사진展'
▲ 원지영作 'NLL#6951'  

인천의 끝 백령도에서 낙조를 본 적 있는가. 두무진 기암괴석 사이로 해가 걸리고, 바다는 적과 흑이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황혼은 내일을 기약하며 지친 뱃사람의 어깨를 감싼다. '오늘도 함께 해줘 고맙다'고.

그러나 이 바다는 양 갈래로 찢겨 있다. 보이지 않는 장막, 철보다 굳세고 콘크리트보다 견고한 북방한계선(NLL)은 66년 한반도 서쪽 바다를 둘로 나눴다. 그리고 민족은 NLL을 사이로 총부리를 겨누며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바다는 모두에 열려 있지만, 서해바다 NLL만은 유독 한민족에게 닫혀있다. 눈앞에서 시커먼 중국어선이 이 곳을 유린해도 멀뚱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NLL은 더욱 애달프다.

천혜의 절경 그러나 아직은 쉬이 갈 수도 볼 수도 없는 그 곳, 북한과 맞닿은 옹진군이 고스란히 카메라 속으로 들어왔다.

옹진군청 원지영(47) 주무관은 29일까지 연수구 지-타워(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갤러리에서 NLLⅡ사진전을 연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이번 사진전에는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이란 뜻이 더해졌다.

원 주무관은 "4월27일은 판문점 선언 1주년을 맞이하는 날"이라며 "긴 시간 옹진군청에 근무하며 NLL에 인접한 서해 5도 사진을 찍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원 주무관은 2005년부터 사진 전문 공무원으로 활동 중이다. 앞서 약 4년간은 사진기자로 현장을 누볐다.
그가 NLL 사진전을 연 이유는 뭘까. "저라도 사진을 남겨야죠"라며 겸연쩍어한다. 시대를 반영하는 '사진기자' 전력 때문일까, 현재를 남겨야 하는 사진기자 DNA가 아직 그에게 남아있다. 이번에 전시중인 작품은 총 31점.

원 주무관은 "오랜 시간 아픔이 녹아 있었던 분단 풍경이지만 이번 판문점 선언을 통해 평화로운 땅이자 기회의 바다가 된 NLL의 사진들을 가지고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주석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연 풍경은 평화와 안식으로 통하는 코드(cords)이고, 반대로 군사시설과 완전무장의 군인들은 긴장과 경계를 상징하는 사물"이라며 "원지영 작가의 사진은 두 가지 요소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원래 그랬던 것처럼 어우러집니다"라고 평가했다.

/이주영 기자 leejy96@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