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개발·재건축 규정 지자체 기존 정책과 중복...심의 절차도 다를게 없어
정부가 23일부터 전면 시행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법 개정안에 대해 경기도내 일선 시·군은 '갸우뚱'하고 있다.
지자체가 지금까지 재량으로 추진했던 정책과 큰 차이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서울시 다음으로 정비사업이 많은 곳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시행돼 지자체들은 각종 정비사업에 새로운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법안은 정비사업의 해제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 등으로 지정된 뒤 추진위원회(조합)가 구성되면 지자체의 직권해제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새로운 법안은 조합 설립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조례로 정하는 비율)가 있으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직권해제 할 수 있도록 했다.
조합원이 해제 절차를 밟을 수 있으나, 갖가지 의견으로 갈등이 첨예한 정비사업 특성상 대부분 시에 요청하는 직권해제 방식이 쓰인다.

과반수의 토지 등 소유자 동의로 정비구역의 해제를 요청한 경우도 심의 대상이 된다.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곳은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 재생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정비사업의 주체인 도내 시·군들은 법안이 시행된 첫날부터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자체의 기존 정책과 중복되고 있는 데다 특별하지도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다수의 정비사업 보유 지역 중 한 곳인 수원시는 '수원시 정비구역 등 해제 기준'을 토대로 조합 설립 여부와 상관없이 토지 등 소유자 동의 하에 정비구역 해제 신청을 받고 있다.
신청을 받은 뒤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받는 절차도 똑같다. 정비사업이 많은 안양시나 의정부시 등도 이미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정부가 주민의 의견수렴을 목적으로 여러 개선을 한 것으로 보이나 기존과 비슷해서 어떤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법안이 지자체 기준보다 오히려 까다로워 보이는 소지도 있다. 정부 법안은 해제를 요청 할 때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곳'으로 한정한 반면, 수원시는 이 같은 범위를 두지 않고 있다.
또 도시재생선도지역으로 지정이 가능하다는 법안 내용은 '국토부에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정도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이전과 다를 바 없다는 시각도 있다.
수원시 관계자는 "도시재생선도지역은 한정된 개소로 공모를 해서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요청에 그칠 수도 있다"면서 "경제악화, 주민갈등이 주 원인인 만큼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2017년 기준 경기도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모두 356개소로, 서울시를 제외한 타 시·도보다 많다.

/김현우 기자·김도희·김채은 인턴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