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무장지대(DMZ) 난개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남북 관계 진전과 함께 정부와 지자체의 무분별한 개발사업이 우수한 보존가치를 지닌 DMZ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온다.
며칠 전 정부는 DMZ 관광명소화를 골자로 한 '대한민국 관광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DMZ 지역에 평화둘레길 10개를 조성해 국민들이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 둘레길은 이미 완성 단계에 다다랐고, 올해 상반기 중 경의선에는 평화관광 테마열차도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인천 영종도에서도 북한 개성공단과 해주를 잇게 될 서해평화고속도로 1단계 건설이 곧 시작될 태세다.

비무장지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경기도는 DMZ 개발에 더 적극적이다. DMZ 개발을 위해 독일 베를린 장벽을 세계적 관광 명소로 재탄생시킨 이스트사이드 갤러리협회와 협력에 나섰고, DMZ 평화정거장 사업 등 관광 인프라 구축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 너나 할 것 없이 DMZ 생태계 보존 방안은 뒤로한 채 개발에 매달리는 구상들이 앞서가는 모양새다.

지난 70여년 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경기도 DMZ 지역은 국제적인 생태적 보고로 평가되고 있다.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DMZ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은 모두 101종으로, 전체 267종의 38%에 달한다. 반달가슴곰, 사향노루, 산양 등이 살고 있고 금강소나무 등 식물도 2504종이나 자라고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155마일(248㎞)의 DMZ는 산지, 평지, 습지가 다양하게 어우러져 자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남한 최고의 동식물 보금자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이제 평화의 상징처럼 된 DMZ 개발이 난개발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12년 파주시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있는 수내천이 대한민국 테마여행지로 선정돼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물난리를 맞고, 지금은 거대한 둑을 짓는 토목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DMZ는 전쟁과 분단의 슬픔을 딛고 일어선 한민족에게 하늘이 내린 최고의 자연 자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