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 알기에" … 발달장애아동 돌봄 자처

 

아들도 장애 … '방과후 케어' 사설센터 운영
"편견만 사라져도 세상은 더 나아질 겁니다"



"막연하게 장애인이 불쌍하다는 생각,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는 편견만 없어져도 세상은 더 나아지고, 아름다워질 겁니다."

남양주시장애인복지관 감각통합치료실에서는 10여명의 발달장애 아이들이 체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다. 제 몸을 가누는 것조차 어려워 보이는 아이들의 활동을 일일이 돕고 있는 이가 눈에 띄었다. 바로 노란색 옷과 해맑은 웃음이 잘 어울리는 남양주시 민들레꽃 지역아동센터(이하 센터) 이재경 센터장이다.

센터는 발달장애 아이들을 방과 후에 전문적으로 돌보는 곳으로 지난해 9월 문을 열었다. 남양주시뿐 아니라 경기도 지역아동센터 중 장애 아이들을 케어하는 사설 센터는 이곳이 유일하다. 그간 센터의 돌봄을 받은 아이들은 총 24명으로, 현재는 14명이 방과 후와 방학 중 이곳을 찾는다.

이재경 센터장은 현재 21세인 발달장애 아들을 둔 엄마다. 발달장애 아이를 키우면서 방과 후 돌봄의 힘겨움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선배 엄마의 마음으로 센터를 열었다고 한다.

원래 학원 강사 일을 했던 그녀는 친정에서 아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지난 2011년 남양주시로 이사와 아동복지교사로 일하게 됐다. 지역아동센터의 시스템이 매우 잘 돼 있다고 느꼈지만 정작 장애 아이들은 잘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를 맡길 만한 방과 후 프로그램이 없어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래서 생각한 곳이 발달장애 아이들만 돌보는 지역아동센터였다.

센터를 열고 처음에는 아이들 대소변을 처리하고, 아이들에게 맞는 게 일상이었다. 아이들이 많이 좋아지고 잘 따라주지만 매일 전쟁터인 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가 힘겨운 상황이지만 보람도 크다. 엄마들이 센터에 아이를 믿고 맡기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게 한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또한 아이들이 이곳에 오는 것을 학교 가는 것보다 훨씬 좋아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정말 뿌듯하다.

센터 운영은 아들 개인보험으로 들어놓은 1억원으로 시작했다. 센터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 운영비와 프로그램 강사비를 댔다. 올해 1월까지는 급여 160여만원이 들어오면 운영비 통장에다 180만원 넣는 형편이었다. 현재 후원계좌에 월 5000원부터 월 10만원까지 100여명의 후원자가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살림은 빠듯하다.

"저는 발달장애 아이를 둔 선배 엄마로서 엄마들의 마음을 잘 알기에 순수하게 센터를 만들었어요. 그런데 장애 아이들을 돌본다고 하니 다들 후원금도 많이 받고 특혜가 있을 거라는 오해를 하세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힘겹게 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응원하는 말 한마디, 진심으로 건네는 따뜻한 시선 등 오히려 별거 아닌 것에 큰 힘을 얻습니다."

/남양주=심재학 기자 horsepi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