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

지긋지긋한 '막말'이 또 터져 나왔다. 수준 낮은 비하와 폄하를 넘어 인간 이하의 언어로 망자(亡者)를 조롱한다. '막말'의 사전적 의미는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다. 일부 정치인의 상대 당이나 경쟁자를 향해 막말 정치행위 혹은 무례한 행동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그저 그런 정치행위라고 치부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정치인이 쏟아내는 인간 이하의 언어가 평범한 국민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4월만 되면 세월호 유가족들을 겨냥한 한국당 의원들의 망언 퍼레이드에 진저리가 쳐진다. 이들의 막말은 병적인 히스테리에 가깝다. 그들은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여기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자식이나 해 처먹는 패륜가족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지난 5년간 '세월호를 그만 잊자'고 한결같이 외쳐왔다.

그러나 5년째 이르면서 비아냥을 넘어 듣기에도 섬뜩한 막가파식 폭언, 악의에 가득차고 살의가 느껴진다. 물론 이들의 세월호 추모 분위기를 거스르고 찬물을 끼얹는 막말은 어제 오늘은 아니다. 잊을 만하면 그들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막말을 꺼내든다. 세월호 참사뿐인가 노무현 대통령 추모일, 5·18 광주민주화 항쟁 등 보수진영 예민의 계절 4, 5월이 오면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은 마치 연례행사처럼 막가파식 막말 경연대회를 펼친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둔 4월 2일 김진태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세월호는 인양하지 맙시다, 괜히 사람만 다칩니다. 대신 사고해역을 추념공원으로 만듭시다.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겁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 뿐인가. 김재원 의원은 '세월호 특조위는 세금 도둑'이라고 했다.

인천에 지역구를 둔 안상수 의원은 지난해 1월 헌법 개정 및 정개특위·사법개혁특위 회의' 자리에서 "(별도 개헌투표)비용이 1200억이나 들어간다고 하는데, 아껴서 좋긴 한데 우리나라가 세월호 같은 교통사고에도 5000억씩 지불하는 나라"라며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로 규정했다. 안상수 뿐인가. 그들이 세월호를 사건 사고로 격하시킨 이상한 언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 최근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진상규명과 책임진 사람이 없다는 유가족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의 막말은 이성을 잃은 단어로 마구 배출된다. 세월호 5주기를 하루 앞두고 경기도 대변인까지 역임한 차명진 전 의원은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 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라고 한데 이어 정진석 의원은 '세월호 그만 우려먹으라 하세요. 이제 징글징글해요'라고 비상식적 언어는 언론의 문장에서 그대로 쓰인다.

이들의 언어 도발은 어쩌다한 실수가 아니다. 이런 '막말'을 들으면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절대 지지층을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다. 한국당이 그동안 세월호를 대하는 자세에서 막말의 뒤에 숨겨진 내심을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들은 '그만, 잊자'며 국민 피로도를 앞세웠다. 국민들이 공감해 주지 않으면 '돈(보상금)'이야기를 꺼내든다. 그래도 자신의 말을 경청해주지 않으면 시궁창 수준의 언어로 쏟아낸 뒤 공분을 사면 사과를 한다. 그때뿐이다. 매번 늘어진 카세트테이프에서 반복되는 레퍼토리식 막말은 국민들의 분노의 감각을 무뎌지게 하고 있다. 늘어진 카세트테이프에서 나오는 싫증나는 노래도 반복적으로 들으면 나도 모르게 읊조린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치부를 막말 레퍼토리로 숨기려는 세력은 이것을 노리고 있다. 4월은 잔인한 달인가. 저급한 정치문화인 막말정치는 또다시 광기와 독기와 야만의 시대를 부르고 있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 정도로 여기는 정서적 불통자들이 총선 1년을 앞두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이제 그만하자'는 사람들에게 '짐승의 언어'로 검은 손을 내민다. 뿌리쳐야 한다. 아직 1명밖에 처벌받지 않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 막말 정치의 종식을 위해.

/홍성수 경기본사 정경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