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 고용률 높아
표준사업장 인증 획득
"업무 금방 익힐 뿐더러 다른 직원과 소통 원활"
신금명(51·지체장애1급)씨는 교통 표지판 제작업체 '투인산업'에서 발광형 표지판에 LED를 설치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신씨는 월~목요일 하루 4시간30분 일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는다. 휠체어를 타는 그에게 자택에서 서구는 꽤 먼 거리지만 지하철을 타고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할 정도로 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투인산업은 2006년 지체·청각장애인을 고용하기 시작, 지난해 발달장애인 고용을 확대했다. 현재 신씨를 포함한 20명의 장애인들이 근무 중이다. 특히 중증장애인 고용률이 높아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중증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
투인산업 노동자는 총 58명으로 이 중 20명(34%)이 장애인이다. 발달장애인이 대다수(15명)를 차지하며 지적·자폐 1~3급의 중증장애를 앓고 있다. 기업들은 중증장애인의 경우 업무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고용을 꺼린다. 이에 중증장애인이 성인기에 접어들어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는 사례는 드물다.
투인산업은 이 같은 편견을 깨고 중증장애인 고용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수년에 걸쳐 장애인을 고용한 결과 업무수행에 전혀 문제가 없고 오히려 조직에 쉽게 적응한다는 장점을 발견한 것이다. 지난달에는 중증장애인이 상시 노동자의 15%를 넘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장애인들은 주로 발광형 표지판에 LED와 광섬유를 설치하는 업무를 한다. 투인산업이 태양열을 이용한 발광형 표지판 제작을 시작하면서 장애인 고용 확대가 가능해졌다.
박준희 투인산업 대표는 "기업 운영 초기에는 지체장애인을 고용하다가 지난해부터 발달장애인을 고용했는데 예상 외로 업무를 금방 익히더라"며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은 못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장애인 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으면 편의시설과 통근버스, 고용관리 지원 등의 혜택이 있다"며 "기업과 장애인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일을 통해 삶의 활력 찾는 장애인
경제활동은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에게도 필수적이다. 세상과 단절되지 않은 채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은 이들에게 중요하다.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돈을 번다는 것은 자립의 시작이기도 하다.
6개월 전 인천발달장애인훈련센터를 통해 투인산업에 고용된 백승민(32)씨는 "일이 재밌고 동료들이 있어서 시간이 금방 간다"며 "병원에서 일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그만뒀지만 이 곳은 오래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가족들과 지내는데 생활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장애인이 한 직장을 꾸준히 다니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 관계자와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이해와 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인산업에 장애인들이 적응할 수 있는 데에는 비장애인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큰 역할을 했다.
생산부서에서 일하는 최승태(26)씨는 "일손이 부족했는데 장애인 동료들이 업무를 잘 따라와 줘서 고마울 따름"이라며 "업무지시와 일상적인 대화도 어려움 없이 나눈다. 함께 일하면서 기존에 가졌던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투인산업은 장애인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장 규모를 늘리고 내부에 장애인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며 지속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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