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숙 동구 자원활동가
어린이집·도서관서 독서지도
미국생활 덕 영어로도 들려줘

"할머니, 이야기 들려주세요."

항상 손주들의 재롱만 보던 성경숙(70·사진)씨가 용기를 내 아이들 앞에 섰다. 그는 매주 수요일 송현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서 아이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준다. 특히 그는 영어로 된 동화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영어 할머니'로 통한다.

미국에서 20여년을 살다가 지난해 한국으로 온 성경숙씨는 인천 동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책 읽어주기 자원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다. 책 읽어주기 자원활동가는 한 달 동안 화술, 손 유희 등의 교육을 받고 동구 지역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작은 도서관 등으로 파견돼 아이들에게 독서 지도를 하게 된다.

"외환위기 이후 미국을 갔다가 고향이 그리워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인천에 친인척이 살고 있어서 오게 됐는데, 제가 미국에 다녀온 사이 많은 것이 바뀌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지역 소식지를 읽으며 정보를 얻곤 했는데, 거기서 책 읽어주는 자원 활동가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미술 유치원을 했던 성경숙씨는 아이들 앞에 서는 게 낯설지 않았다. 처음에는 유치원 한 곳만 담당을 하다가 영어로 동화책을 읽어준다는 소문이 나 유치원뿐만 아니라 도서관, 교회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 앞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면 살아 숨 쉬는 느낌을 받아요. 특히 책을 다 읽고 난 후 아이들이 저를 바라보면서 질문을 할 때마다 보람을 느껴요. 앞으로도 체력만 따라준다면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싶습니다."

성씨는 영어 동화책뿐만 아니라 전래 동화를 아이들에게 읽어주려고 공부를 하고 있다. 자신의 어머니, 할머니로부터 들었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소통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동화책을 읽어주다 보니 전래 동화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요즘 아이들이 전래 동화를 잘 모르기 때문에 따분해 할 것 같아서 재밌게 읽어주려고 공부를 하고 있어요.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전래 동화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자리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아진 기자 ato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