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발견] 아코디언 연주가 채죽웅
[장인의 발견] 아코디언 연주가 채죽웅
  • 박혜림
  • 승인 2019.0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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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었다 폈다 … 향수가 들려온다, 그대의 손끝에서
▲ 채죽웅 아코디언 연주자가 활짝 웃어 보이고 있다.

 

 

초교시절 풍금으로 건반악기 익혀
어디서든 칠 수 있는 아코디언 장만

취미로 즐기다 60살부터 무대 올라
요양원서 공연하고 복지관서 강습


음표를 따라 주름상자를 접었다 펴면 추억이 흘러나온다. 절절한 아코디언 멜로디에 마음은 곧 옛 생각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향수를 들려주는 '아코디언 연주의 달인'을 연천에서 찾았다. 열다섯 번째 발견, 채죽웅 장인을 소개한다.

▲향수를 들려주는 아코디언 연주가

일본 오사카 태생의 재일교포였던 채죽웅 장인은 3살 되던 해 부모님을 따라 한국 땅을 밟았다. 초등학교에 진학한 뒤, 음악 시간이면 연주되던 풍금은 줄곧 채 장인의 차지였다.

"풍금을 전혀 다룰 줄 몰랐지만 주변에서 건반을 만지작거리던 저를 발견하신 담임선생님께서 제가 관심 있어 보였는지 풍금 연주를 권유하셨죠. 그때부터 건반을 배우기 시작해 운동회나 조회가 있는 날이면 저의 연주가 빠지지 않게 됐습니다. 당시 학교에 한 대 정도만 있을 정도로 귀한 악기인 탓에 다른 아이들은 풍금 주변에 얼씬조차 못 했지만 저는 항상 풍금을 곁에 둘 수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그는 항상 건반 악기와 함께였다. 예배가 있는 날이면 교회로 나가 찬송가 연주를 도맡았다. 건반 악기와 떼려야 뗄 수 없었던 채 장인이 아코디언과 처음으로 연을 맺게 된 것은 24살 때부터다. 군 복무를 마치자 그간 모아놓은 목돈을 털어 아코디언 한 대를 장만했다. 이후 그의 아코디언은 친구이자 평생의 동반자가 됐다.

"현재는 중국산 아코디언이 보급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지만 그때만 해도 아코디언은 귀한 악기였죠. 다른 건반 악기들은 워낙에 고가이기도 하고 그나마 수중의 돈으로 살 수 있었던 건반 악기였습니다. 아코디언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별도의 앰프가 필요하지 않을 만큼 풍부한 성량과 가벼운 무게로 언제 어디서든 연주가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매력적인 멜로디가 마치 혼자 하는 오케스트라와 같았습니다."

아코디언은 주름상자를 양손으로 신축시켜 소리를 나게 하는 기명 악기이다. 손풍금 또는 가난한 사람을 위한 피아노로 불렸던 아코디언은 6, 70년대 당시, 경음악계에 가장 인기 있던 악기 중에 하나로 학교나 직장에서 널리 이용돼 왔었다. 지금은 연주자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생소한 악기가 됐지만 채 장인은 올해로 53년째 아코디언을 다뤄오고 있다.

"20여년 전만 해도 생업을 이어가야 했기에 아코디언 연주는 그저 취미로 했었죠. 장롱 속에 두었다 이따금 꺼내어 연주하고는 다시 집어넣으며 언젠가는 아코디언 연주자가 되고픈 꿈을 키워갔습니다. 60세가 된 뒤에야 비로소 연주자로서의 꿈을 이루게 됐습니다."


▲인생은 '아코디언'부터

인생은 60부터라 했던 혹자의 말처럼, '채죽웅'의 인생 2막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전국 팔도를 누비며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무대에 올랐다. 그의 공연은 어느 곳에서나 최고의 인기 무대가 됐다. 채 장인의 매혹적인 아코디언 연주는 곧 청중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아코디언이라는 악기가 주는 6, 70년대 감성이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아코디언 연주를 들으며 예전의 기억들을 떠올리시곤 합니다. 저 역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아코디언 소리에 매료돼 지금까지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그의 공연 스케줄의 대부분은 노인요양원이나 복지관에서 이뤄진다. 그 역시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생각에 오래전부터 공연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저와 저희 밴드 구성원들은 정기적으로 노인요양원을 방문해 공연을 해오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즐거워하시고 저희가 오기만을 기다리시는 분들도 생겨났습니다. 어디 가서 푸대접받은 적 없는 공연이 이 아코디언 공연입니다. 한 번은 치매를 앓던 어르신이 저희 음악을 들은 뒤로 대·소변을 가리실 만큼 호전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아코디언 연주자의 인생을 살아온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선생님'이다. 직장 은퇴 후, 불쑥 찾아 온 노년기를 잘 맞이하기 위해 아코디언 연주를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늘면서 채 장인은 이들을 상대로 아코디언 강습을 해 오고 있다.

"연천문화원, 관악구청, 서울 강동 노인종합복지관에서 50여명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강습을 해오고 있습니다. 수강생 분들은 정서적인 함양과 치매 예방에도 탁월한 이 아코디언을 왜 진즉에 배우지 못했나 하시며 종종 후회를 하십니다. 그러나 다루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쉽게 접근하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작은 어렵지만 주변의 문화원이나 복지관을 찾아 한 번 시도를 해보시라 제안드리고 싶네요. 그 탓에 요즘 저는 어르신들이 조금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연부터 강습까지 쉴 새 없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그는, 5월3일에 있을 '연천 구석기 축제' 연습에 한창이다. 수강생들과 함께하는 공연인 만큼 그에게 이번 공연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수강생 분들이 즐거운 인생을 사시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 축제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글·사진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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