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아마티앙상블 대표

모든 것이 생동하는 봄, 새로운 시작으로 설레고 활짝 핀 개나리와 진달래가 더 없이 반가운 계절이면 반드시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 봄내음을 흠뻑 머금고 살랑대는 바람결처럼 경쾌하고 사랑스러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왈츠(Voice of Spring, Op.410)이다.

'봄의 소리' 왈츠는 클래식 레퍼토리 중 가장 유명한 왈츠로 매년 빈 신년 음악회에서 새해와 봄을 알리는 음악으로 빠지지 않고 연주되는 사랑받는 작품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의 역동적인 기운과 새, 꽃 등 자연의 힘찬 기운을 플루트, 현악기 등으로 연주하는 활기찬 느낌이 들게 하는 곡이다. 마치 봄날에 들과 산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젊은이들이 사랑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한 느낌을 주는 밝고 경쾌한 왈츠곡이다.
다소 단순한 듯하면서 흥취 가득하고 매혹적인 이 곡의 유래는 1883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슈트라우스는 오페레타 '유쾌한 전쟁'의 초연 때문에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 머물고 있었다. 어느 날 만찬회장에서 리스트가 그 살롱의 여주인과 피아노 연탄(이중주)을 치면 슈트라우스가 그 곡을 바탕으로 즉흥적인 왈츠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봄의 소리'였다고 한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1825년, 오스트리아에서 작곡가인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즐겁고 리듬감 넘치는 음악을 작곡했고, 왈츠를 대중화해 '왈츠의 아버지'라 불렸다. 그의 아들 슈트라우스 2세는 아버지의 오케스트라를 물려받아 왈츠를 더욱 발전시켜 '왈츠의 왕'이라 불리며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빈 숲속의 이야기' 등의 왈츠와 오페레타 '박쥐' 등의 작품을 남겼다.
왈츠의 왕이라 불렸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총 작품 번호가 무려 498번이나 되는 곡을 작곡했다. 그 많은 곡 중 계절(봄)을 소재로 만든 '봄의 소리' 왈츠가 인상적이다.

아버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기초를 닦아놓은 춤곡으로서의 왈츠에 새롭고 풍부한 표현력을 더해 자신만의 작곡 스타일을 갖추어 가던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다양하고 세련된 작곡기법들을 시도하면서도 춤의 반주에 불과했던 왈츠를 수준 높은 '예술음악'으로 발전시켰다. 그 중에서도 목관 악기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관현악적 기법들은 작곡가인 바그너와 브람스도 찬사를 보냈다고 알려져 있다. 이후에 요한 슈트라우스 부자가 남긴 작품들은 지금도 오스트리아에서 해마다 열리는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의 고정 레퍼토리로 연주되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는 그가 자라고 평생 동안 살아온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작곡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평생 동안 그가 작곡한 왈츠가 빈의 정취를 가장 잘 살린 음악 양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왈츠는 오늘날의 대중음악처럼 빈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생활양식이기도 했다. 무도회나 여러 사교 모임에서 자주 연주되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왈츠가 가지고 있는 흥겨움이나 우아한 세련미는 빈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도 빈에서 왈츠를 배우고 싶으면 빈 시립공원에 가면 된다. 이곳에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의 반짝 반짝 빛나는 금빛 요한 슈트라우스의 동상이 있고, 저녁마다 야외 음악회가 열린다. 젊은 남녀 한 쌍이 왈츠 시범을 보이고, 뒤이어 손님들도 쌍쌍이 춤을 춘다. 나도 유학시절 이곳에서 빈 왈츠를 배우고 무도회를 갔던 즐거운 추억을 가지고 있다.
슈트라우스의 춤곡들은 19세기 대중음악의 절정을 이루었다. 이른바 비엔나 트로이카라 일컫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뒤 다시 한 번 비엔나의 음악 역사를 빛나게 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자신의 일생 동안 아름다운 음악으로 대중들과 소통하며 깊은 감동과 위안을 주었던 위대하고 아름다운 음악가이다.

'인간이 위대한 것은 예술이 있기 때문이고, 신이 위대한 것은 자연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이 주신 아름답고 환희에 넘치는 계절에 봄을 상기시키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소리' 왈츠의 경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선율로 봄의 향기를 맘껏 느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