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곽'에 사는 사람들 
[취재수첩] '외곽'에 사는 사람들 
  • 이순민
  • 승인 2019.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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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민 사회부 기자

인천 부평구와 계양구 동쪽으로는 거대한 고가도로가 지난다. 수도권을 원형으로 연결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다. 30여년 전 착공 무렵 서울 중심 시각으로만 판단해 붙인 명칭이었을 것이다.
최근 인천시와 경기도는 정부에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명칭을 '수도권순환고속도로'로 바꿔 달라고 건의했다. '서울 변두리' 이미지를 없애려는 시도다. 서울시는 시민 불편을 이유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인근 부평구 일신동·부개동에선 또 하나의 외곽 논란이 불거졌다. 발단은 올 초 도심 군부대 재배치 협약이었다. 인천시와 국방부는 이 협약으로 부평구 산곡동 제3보급단과 시내 예비군 훈련장을 통합해 일신동 17사단 부지에 옮기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부평을) 원내대표는 협약식에서 "제3보급단과 통합 예비군 훈련장의 도심 외곽 이전이 확정됐다"고 말했다.박남춘 인천시장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군부대) 주변지역 주민 갈등과 피해가 심했는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라는 글을 올렸다.
협약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신동·부개동에는 군부대 이전을 반대하는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렸다. '일신동이 외곽이냐, 인천의 관문이다'라는 문구도 있다. 지난주부터 반대 집회를 열고, 서명운동에 나선 주민들은 "동네를 도심 외곽으로 치부한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군부대 통합·재배치 대상지는 제3보급단이었다. 지난 2016년 이런 계획이 공개되자 산곡동 주민 반발이 거셌다. 시는 지난 1월 말 협약식 보도자료에서 "(산곡동 통합 계획이) 부평구 주민 반발로 중단된 이후 국방부에서 민원 최소화 등을 위해 마련한 방안"이라고 밝혔다. 일신동·부개동 주민도 산곡동과 마찬가지로 수십 년간 군부대 이전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지역 이기주의로 보이지 않는다.

박 시장은 지난 10일 부평구 현장 방문에서 "3보급단이 지금 자리에 계속 남아 있으면 부평이 어떻게 발전하겠느냐"며 "주민들이 폭넓게 논의해서 부평 발전을 위해 함께하는 여론을 모아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일신동 주민들에게 마음이 쓰인다"면서 한 말이었다.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엿새 뒤 다시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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