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안 인천시 도시재생건설국장
▲ 월미도 가는 길목에 있는 사일로(silo) 16개에 그려진 대형 벽화. /사진제공=인천시

 

봄날에 벚꽃이 만개한 것처럼 전국 곳곳에 뉴딜사업이 활짝 펼쳐지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국정과제이다. 2년전부터 정부는 5년간 쇠퇴지역 500개를 선정해가며 50조원의 공적재원을 투자중이다.
인천시는 12개의 재생사업(총사업비 2292억원, 국비 50% 지원)이 선정돼 진행중에 있다. 전국 최초(제1회)로 인천항 제8부두 상상플랫폼에서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전국 재생사업의 추진기관, 활동가, 기업, 시민들이 재생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2019 도시재생 산업 박람회'를 진행한다.
엄청난 크기의 오래되고 낡은 곡물창고(가로 270m, 세로 45m)를 활용해 창고 안에 행사 메인무대와 2개의 세미나실, 600개의 부스를 채우고도 공간이 남았다. 이 공간에 볼거리와 로봇존, VR체험, 추억의 광장, 포토존 등의 흥미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국제 컨퍼런스, 6회의 학술세미나, 재생지원센터 총회, 협치 포럼, 아이디어 공모전 등 다양한 행사가 이 곡물창고에서 4일간 펼쳐진다.
인천 내항은 우리나라의 앞서가는 근대 개항지이다. 아펜젤러, 언더우드 선교사 등이 첫 발을 내디딘 곳이며 중국, 일본 등 각국 조계지와 은행과 회사들이 들어선 곳이다. 아직도 제물포구락부, 조계지비, 은행 건물 등이 남아있어 개항의 빛이 살아 있는 역사문화의 공간이다.
하지만 개항의 뒤안길을 드리우는 그림자는 어두웠다. 100년 전에 애국투사들이 죄없이 인천 감리서에 투옥되고, 쇠사슬에 매여 이곳 현장에 투입됐다. 그들은 피와 땀과 눈물로 고역하며 현재의 1, 8부두인 축항시설을 건설했다.

그때 백범 김구 선생도 이곳에 투입되었는데 고역이 너무 심해서 자살할 지경이라고 그 심경을 백범일지에 기록해 놓았다.
그 이후 축항시설은 8개의 거대한 항만부두로 확장(바다 포함 100만평, 육지 70만평)되고 고철부두, 곡물부두로서 항만 보안시설에 갇혀지며 고립됐다.

사실 인천은 바다도시지만 해안가의 70%가 보안구역과 철책으로 '막힌 바다 도시'이다.
10년전 먼지 많은 고철부두를 개방하라는 7만명의 시민청원이 국회로 이어졌고 신항 건설로 이곳 내항의 물류기능이 약화됐다. 2013년 해수부는 친수공간으로 1, 8부두의 개방을 약속했다. 드디어 지난해 말에 친수공간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기도 했다.
개항 이후 갇혀 있던 이곳이 시민품으로 돌아오는데 100년이란 오랜 세월이 흘러 도시재생 박람회라는 타이틀로 돌아오게 됐다.

이 곡물창고는 항만 노후화로 빈 건물로 놀리다가 시가 올해 초 매입한 곳이다. 앞쪽의 거대한 크레인 4대도 멈추었고, 신항만이 생기며 이곳 구 항만은 기능 상실로 점점 비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버려진 곡물창고도 재생하면 훌륭한 컨벤션센터로 활용되고, 문화 커뮤니티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게 되는 것이 이번 박람회의 특별한 상징성이다.

또한 역사적으로도 창고 뒤쪽에는 차이나타운이 최초의 근대 공원인 자유공원과 함께 서있다. 확 트인 친수 공간 앞쪽에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인 월미산이 푸르름을 뽐낸다. 그 옆으로는 아파트 22층 높이의 사이로가 벽화로 곱게 치장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기네스북에 올랐다.
이 뜻깊은 곳, 100년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축항부두에서 인천시와 국토부는 공동으로 도시재생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우리나라 첫 번째 도시재생박람회를 펼치고 있다. 인천시민이 많이 참가해 보기 드문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교감하는 시간을 나누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