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의 '마지막 보루' 공공의료에 균열이 생겼다. 인천지역 공공의료 체계의 핵심인 인천의료원은 환자 수 급감에 따른 적자난이란 악순환에 빠졌고, 마찬가지로 만성 적자를 면치 못했던 인천적십자병원은 급기야 응급실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공공의료 약화는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되는 사회적 문제다.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인천일보는 3회에 걸쳐 인천 공공의료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본다.


'2018년 11월7일자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9일 오전 8시30분 인천 연수구 적십자병원 입구에 다다르자 응급실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응급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틈 사이로 시선을 옮겼다. 급박한 의료 현장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내부엔 뽀얀 먼지만 남아 있었다.

"응급실이 폐쇄되고 헛걸음하는 사람이 태반이야, 이러다 큰일이 생길까봐 걱정이 들어."

적십자병원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오던 박모(48·여)씨가 혀를 차며 말했다. 박씨는 올해 2월 다리를 다쳐 아들과 병원을 방문했을 당시 응급실을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을 겪었다고 했다.

이날 병원을 찾은 김진경(44·여)씨도 "올해 초 아이의 고열 증세가 심각해 응급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는데 응급실이 문을 닫아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1956년에 설립된 적십자병원은 1985년 인천 최초로 종합병원으로 승격돼 외국인·이주노동자·홀몸노인 등 연간 15만여명의 소외계층 환자를 돌본 인천 남부권의 유일한 공공병원이다.

그러나 수년째 경영난이 악화되면서 결국 지난해 11월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전환하고 진료 과목을 15개에서 6개로 대폭 축소하는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응급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응급실도 폐쇄했다. ▶관련기사 3면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연수갑) 의원은 2월 보도자료를 내고 "응급실이 폐쇄되면서 촌각을 다퉈 치료받아야 하는 지역 응급환자들이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병원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연수구 응급환자 9337명 중 1007명이 이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인천 유일의 시립병원이자 공공병원인 인천의료원도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입원환자는 7만3588명으로 전년 대비 1만261명이 줄었고, 같은 기간 외래환자는 16만4222명으로 5058명이 감소했다.

환자 수 급감의 주 원인으론 열악한 병원 접근성이 지목되고 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동구 송림동에 있는 인천의료원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는 것이 어려운 탓에 급성기 2차 종합병원 역할을 수행하기엔 한계가 분명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300만 대도시에서 공공병원을 2개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라며 "지역사회가 관심을 갖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나서야 할 때"라고 밝혔다.

/박범준·임태환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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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위기의 인천 공공의료] 정부·지자체 나서 의료 공백 막아야 공공병원의 경영난은 병원 기능 축소와 의료진 이탈 현상을 불러일으킨다. 약화된 공공의료망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특히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소외계층의 '의료 불평등'을 심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의료 약화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인천적십자병원은 2월 말 기준 직원들에게 상여금 일부를 지급하지 못한 상태였다.앞서 지난해 11월 응급실을 폐쇄하고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규모를 줄인 것은 인건비를 줄여 경영난을 극복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영 악화가 지역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