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권영 인천적십자사 차량 주임
재난구호 급식차로 전국 돌며
어려운 이웃에 무료 배식봉사
▲ 지난 12일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서 만난 허권영 차량 주임이 재난구호 급식차량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렇기에 어려운 상황에 놓인 시민들에게 힘내라는 의미로 따뜻한 밥을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인천 연수구 연수동에서 만난 허권영(49)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 차량 주임은 자신의 업무에 관해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인천이 고향인 허 주임은 2003년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에 들어온 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운전대를 놓아본 적 없는 '베테랑 운전사'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운전사가 있지만, 그가 하는 일은 특별하다. 적십자사 소속 급식차와 세탁차를 몰며 인천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선봉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허 주임은 "사실 급식차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사용하고자 마련됐지만, 평소에도 좋은 일에 사용하고자 봉사활동에 이용하고 있다"며 "매달 4~5회 정도 노인 관련 행사 및 체육대회 등에 찾아가 무료로 급식을 나눠준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 500인분까지 보관할 수 있다는 5t 규모 급식차를 가리키며 "나의 자랑이자 오래된 친구"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국가적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던 전우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 4일 강원도에서 대규모 산불이 났을 때 인천을 대표해 현장에 달려간 것 역시 허 주임이 이끄는 급식차였다.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날 새벽 강원도 고성으로 향했다는 그는 이재민들이 모여있는 한 초등학교에 찾아가 음식을 나눠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허 주임은 그곳에서 약 이틀간 음식을 제공한 뒤 다시 운전대를 잡고 더 많은 이재민이 모여있다는 속초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피로가 온몸을 짓눌렀지만,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를 보며 눈물을 흘리던 이재민을 끝내 외면할 수 없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결국 그는 불이 잡히고 이재민이 모두 돌아간 뒤에야 인천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러한 그의 봉사는 사실 인천에서 시작됐다. 그는 지난 2010년 11월 인천을 뒤흔들었던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음식과 생필품 등을 가지고 섬으로 들어가 섬주민들을 돕기도 했다. 연평도는 북한의 도발로 인해 금방 전쟁이 날 듯한 분위기였지만, 그는 겁내지 않고 섬을 찾아가 주민들을 위로하고 음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허 주임은 "군대에 있을 때 응급차 운전병을 하다 보니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에 거부감이 사라졌다"며 "너무 바빠 힘들기도 하지만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힘을 내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애초에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언제 어디든 달려가기 위해 급식차 관리를 더욱 열심히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