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론] 언론매체 외국어에 대한 인식 재고해야
[시 론] 언론매체 외국어에 대한 인식 재고해야
  • 인천일보
  • 승인 2019.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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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얼마 전 대통령의 말레이시아 방문 시 현지어로의 인사말에 실수가 있다 하여 외교결례라는 언론의 논쟁이 있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을 해오면 다소 서툴더라도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외국의 정상이 방문국에서 현지어로 하는 인사말은 의미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지어에 대한 지식이 없는 대통령의 인사말에 잘못이 있었다면 제대로 준비 못한 보좌진의 책임일 것이다. 일국의 정상을 위한 준비에는 사소한 실수도 국격을 떨어트릴 수 있는 일이다.

언론매체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외국에 관한 정보는 외국어에 대한 이해부족 으로 바르지 못하거나 오해를 야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친근감의 표시로 말한 외국어의 실수는 웃어넘길 수 있어도, 바르게 전달해야 할 외국의 정보를 왜곡시키고도 이를 알지 못하는 언론매체의 비상식은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외국어는 한국어처럼 쉽게 이해되는 영역이 아닌데 이를 깨닫지 못하고 외국어를 가볍게 처리하여 바른 정보인양 전달하는 언론보도가 많다는 것이다.


외국어를 전공했다거나 외국생활의 경험이 있다하여 외국어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듯이, 같은 말이라 해도 어떤 단어와 표현을 쓰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져 상대를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는데, 하물며 외국어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자들의 번역이나 통역이 원문의 의미를 바르게 전달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한국의 언론매체들이 보여주는 외국에 대한 정보는 불완전한 이해 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세계적인 작품을 번역된 한국어를 통해 접하지만 의역과 창작이란 미명하에 원작의 진의가 손상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우리와 매우 다른 문화현상이 반영된 작품은 해당국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한국인의 지식과 상식으로 이해해내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 국가의 모든 현상을 총체적으로 담아내는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전문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다. 외국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외국인의 발언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은 전문적인 능력이 갖춰진 자들에게서도 쉽지 않은 일인데, 한국의 언론매체가 보여주는 외국에 대한 정보전달에는 외국어에 대한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아무리 외국에 대한 취재를 잘 한다 해도 그 내용을 한국어로 바르게 전달해내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인데, 언론매체는 외국어를 특별한 능력이 없어도 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 외국어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아야 할 곳은 언론매체들이다.

한국 방송의 외국어 통번역은 곧이들을 만한 것이 못된다. 그 쉽다는 일본어도 오역 탓에 보고 있기에 거북한 경우가 많다. 통역 자막이 상대방의 표현의도를 왜곡하는 경우도 있고, 대동한 통역자의 수준이 떨어져 제대로 된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시청이 증가하고 있는 일본드라마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시청자들이 외국어를 잘 모르기에 망정이지 잘 알고 있다면 비난이 쇄도할 일이다.
요즘은 한국드라마에서도 외국어를 직접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들이 외국어를 곧잘 구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저 흉내만 내는듯한 경우도 있어 안하느니만 못해 보일 때도 많다. 한류가 세계적이라면 해당국의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음을 인식하고 보다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언론매체가 단순히 친근감을 나타내기 위한 외국어구사를 비난할 상황은 아니다. 외국에 대한 정보를 바르게 전달해야 할 중요한 역할은 다해내지 못하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일을 침소봉대할 일은 아닌 것이다. 늘 상대를 트집 잡아 싸우는 한국정치의 민낯만을 보여준 셈이다.

국제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사회이다. 언론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일본에 대한 정보마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때로는 한일관계의 왜곡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외국어의 능력은 고도의 지식이 동반된 전문적인 교육과 유학 등의 현장경험을 통해 매진해야 만이 바르게 습득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외국에 대한 이해는 경험을 거듭하면서 그 폭이 넓어지는 것으로, 오랜 경험을 통해야 만이 바른 정보전달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언론매체는 충분히 검증된 자들을 통하지 않는 정보전달이 진실을 왜곡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외국에 대한 접근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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