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재경 논설위원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에 사는 송 모(57)씨는 얼마전 정부가 자신이 살고 있는 송도국제도시 내 악취를 잡기 위해 실태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었다. 봄의 끝자락. 기온이 오르면서부터 서서히 시작된 악취는 한겨울 북풍 한설이 몰아칠 때까지 이어지며 송 씨를 괴롭혔다. 이런 골칫덩이를 뿌리 뽑겠다고 정부가 나서줬으니 송 씨로서는 환영하며 좋아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뒤끝이 영 개운치가 않다. 조사에 나서는 한국환경공단은 결과가 나오면 악취 저감방안을 제시하고, 필요하면 '악취관리지역' 지정도 검토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악취발생시설에 대한 행정기관의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져 주민들은 악취로부터 좀 더 멀어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하지만 송 씨는 '악취관리지역' 지정이 마음에 걸리고 있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면 악취가 나는 지역이라고 공식 인증받는 꼴이 돼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개운치가 않다. 도시생활을 접고 한적한 시골에서 노후를 보내려 집을 팔려고 내 논 상태의 송씨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송 씨가 이곳 송도국제도시로 이사온 건 2006년이다. 당시만 해도 날씨가 좋은 날이면 바다 건너 멀리 인천 앞바다 섬도 보이고 소음이나 악취와는 거리가 먼 청정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4~5년 전부터 주변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주민들의 불평이 생겨나더니 지난해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악취 민원이 이어졌다. 이곳 송도국제도시를 포함한 연수구의 악취 민원은 2016년 87건에서 2017년 153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지난해에는 618건으로 폭증했다. 악취의 종류도 가스 냄새부터 탄내, 하수도 냄새 등 다양하다. 송도 내 인천종합에너지·자원순환시설 등 주요 시설과 인근 지역에 있는 인천 남동공단·경기 시흥 시화공단 등이 발생지로 지목돼 조사가 이뤄졌지만 아직 정확한 악취 원인을 찾지 못했다.
한국환경공단이 올 연말까지 최첨단 장비와 최신 기법을 도입, 악취 원인과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하니 기대를 해 본다. 일시적 소음이야 귀를 막고 참는 방법도 있지만 악취는 다르다. 잠시 코를 막고 버틸 수 있는 환경공해가 아니다. 인천에는 현재 남동공단, 서구 가좌동 일대, 검단산업단지, 동구 화수·송현동 일대, 중구 북성동 일대 등 11곳이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인천지역의 악취를 없애거나 줄일 수 있는 방법도 찾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