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 동부취재본부 부장

 

'의슐랭 가이드'. 세계 맛집을 소개해주는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에 우리 일부 지방의회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사용 행태를 비꼬는 신조어다.
하남시의회는 올해 1월 해외에서 사고 친 경북 예천군의회와 비교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2160만원이 책정돼 있던 해외 연수비를 2년 연속 자진 반납한다고 으스댔다. 하지만 의장, 부의장의 밥값이 반납한 연수비를 훌쩍 넘기며 '생색내기'에 불과했다는 시민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방미숙 하남시의회 의장이 지난해 7월, 제8대 의장에 선출된 이후 지난 2월까지 8개월 동안 사용한 업무추진비는 2374만640원으로 대부분 밥값으로 지불했다. 월 평균 296만7580원이다. 강성삼 부의장은 같은 기간 1259만3700원을 썼다. 그렇다고 업무추진비 사용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의정활동과의 연관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의장이 공식일정으로 누굴 만났는지, 어떤 의정활동을 했는지 의회사무국 직원들도 모른다고 한다. 한 마디로 '묻지마 업무추진비'라고 들렸다.
올해 방 의장의 업무추진비는 3456만6000원으로 한 달에 모두 사용한다 해도 무방하다. 방 의장이 8개월 동안 찾은 한우, 일식, 한정식, 장어전문점 등 적잖은 고급식당들은 모두 맛집으로 지역에선 유명하다. 방 의장은 저녁식사는 주로 고급식당을 순회하듯 이뤄졌다. 카드 사용이 제한된 주말을 제외하면 20일 중 14일, 사흘 중 이틀 꼴이다. 한 끼 식사비로 40만원을 넘긴 사례도 9건이다.

하남시의회 사무국의 업무처리도 엉성하다. 올해 1월14일 점심에 한정식집에서 쓴 44만7000원이 공개한 통계에서 누락됐다. 특히 방 의장은 지난해 12월18일 밤 11시59분 심야에 닭갈비집에서 긁은 5만원에 대한 근거를 남기지 않았다. 의회사무국도 자료를 챙기지 못한 잘못은 인정했다. 밤 11시 이후는 심야시간대로 국민권익위원회는 공적 의정활동과 관련된 객관적 자료를 첨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방 의장은 1월2일 심야시간 3분 전인 밤 10시57분에는 포장마차에서 6만1000원을 계산했다. 업종은 일반한식으로 돼 있어 카드사용이 가능했지만 간판은 포장마차로 돼 있다. 1월에만 10시 이후 계산된 것은 3번 등 모두 9차례다. 또한 지난해 10월8일에는 빈대떡집에서 저녁값으로 40만5000원을 결재하기도 했다. 하남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보면 의장과 부의장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몇 명이 어떤 의정활동으로 만남을 가졌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아 정보공개 취지를 무색케 한다.

권익위는 업무추진비를 의정활동과 무관한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의정활동 연관' '사용제한' 등의 면죄부로 용도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집행내역 대부분이 식사나 선물 구매비 등으로 방만하게 운영될 소지가 많아 시민단체의 비판을 사고 있다. 50만원 이상 쓰게 되면 참석자 명단까지 기재하게 돼 있어 50만원 미만으로 끊어 쓰는 것도 문제다.
업무추진비가 투명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50만원 기준을 대폭 낮추고 참석자 명단뿐 아니라 어떤 생산적인 정책 제언이나 문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했는지 등의 내용도 모두 기재하도록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