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온호가 인천 갑문을 통과해 북극으로 향하는 모습. /인천일보DB
아라온호가 인천 갑문을 통과해 북극으로 향하는 모습. /인천일보DB

지구의 끝, 남극과 북극을 오가는 대한민국 극지 연구가 10년간 쇄빙연구선 한 척에 의존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의 극지 연구 역량이 한국을 훨씬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제2쇄빙연구선을 조속히 건조해 극지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5m 두께의 얼음을 깨며 나갈 수 있는 1만4000t급 쇄빙연구선 '설룡2(Xue Long2)'를 띄웠다.

이로써 모두 2척의 쇄빙연구선을 보유하게 된 중국은 극지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극지권 국가인 캐나다는 북극해를 전담하는 쇄빙연구선 6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취항을 목표로 3척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다. 미국도 5척 이상의 쇄빙연구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쇄빙연구선이 한 척 뿐인 일본도 2022년 건조를 목표로 1만2000t급 제2쇄빙연구선 제작을 추진 중이다.

호주는 2020년 2만5500t급 쇄빙연구선을 도입하고, 영국과 독일도 각각 2020년과 2023년 신규 쇄빙연구선을 취항할 계획이다.

특히 비극지권에 속한 아시아 국가들이 쇄빙연구선 추가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미래 에너지·자원의 보고'로서 극지 연구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여기에 한반도 기후 변화가 북극에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 인천항을 모항으로 한 국내 유일의 7400t급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의 활약으로 입증된 사례도 있다. 북극해 환경이나 해빙 조건이 한반도 기상 이변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후속 연구로 북극 환경 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예측하는 연구가 진행돼야 하는데, 당장 북극 연구를 전담할 선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한민국 극지 연구가 2009년부터 운영 중인 아라온호 한 척에 의존하고 있는 탓이다. 남북극을 오가는 아라온호는 1년 중 5개월은 남극에, 2개월은 북극에 머문다.

무엇보다 아라온호는 쇄빙 능력의 한계로 북극 항해에 제한을 받고 있다. 진입이 불가한 북극 공해가 전체의 85%나 된다.

만약 쇄빙연구선 2척이 있다면 남북극 업무 분담이 가능하고 각 극지에서 더 오랜 기간 연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쇄빙 능력이 뛰어난 연구선은 두꺼운 얼음을 깨면서 북극 공해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장점을 지녔다.

이런 이유로 1만2000t급 제2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을 펼쳤다가 지난해 예비 타당성 조사 단계에서 고배를 마신 해수부는 올 상반기 예타에 재도전한다. 오는 18일 더불어민주당 설훈(부천 원미을) 최고위원과 관련 공청회를 열고 쇄빙연구선 건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받을 예정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대한민국 극지 연구의 외연을 확대하고 극지에서 열리는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선 제2쇄빙연구선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