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6 우리들의 기억법] 6.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2014.04.16 우리들의 기억법] 6.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 최남춘
  • 승인 2019.0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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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해도 된다" … 그 말은 피해자의 몫입니다
▲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박진(48)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의 동반자로서 그들과 함께 하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자신의 소임이자 우리 사회가 마땅히 기억해야 할 일임을 강조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유가족들 수많은 모욕·비난에도

이어온 진상규명·정의실현 기록
국가 한걸음 나아가게 한 원동력

생존자에게도 '낙인' 찍는 사회
3차 피해자들 외면한 특별법은
우리가 앞으로 생각할 문제이자
동료 시민으로서 바꿔나갈 소임

구조적 재난과 참사 다시 없도록
법·제도 개선에 끝까지 힘쓸 것







또다시 시간이 흘렀다. 16일은 바다에 304명의 희생자를 떠나보내야 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려고 했던 박근혜 정부는 탄핵됐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면서 수면 아래 가라앉은 그날의 진실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여전히 그날 가족을 떠난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의 희생을 기리고 다시는 그런 희생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게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박진(48)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도 그중 한명이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가 목격자이고 피해자

그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진도로 내려가 참사 현장을 보면서 시민사회가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가 목격자이면서 피해자라고 인식했다.

"참사가 너무 크다보니까 피해자 부모들이 당황했어요. 그냥 체육관에 모여서 시신이 올라와서 가실 분들은 가고 이랬던 날들이었죠. 경황이 없던거죠. 그런데 우리 사회도 당황한 것 같아요. 너무 슬플 때였다. 우리가 참사의 진실을 전혀 모른 채 슬프기만 할 때였죠. 그래서 당연히 시민사회가 뭔가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주위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한 분들이 많았죠."

세월호 참사는 촛불혁명으로 번졌다. 지역의 촛불들이 모여 광화문을 밝혔다. 그곳에서 그는 사회를 도맡았다.

"솔직히 너무 힘들었어요. 아주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그걸 조율하는 게 가장 어려웠죠. 6개월 동안 거의 잠을 못 잤는데 가수면 상태에서 깨어나 일을 해야만 했어요. 제가 결정하고, 말하는 하나하나가 역사에 누가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너무 컸어요. 그렇게 일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힘든 일투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광장에 나온 시민들을 보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빈말이 아니에요. 대단한 장면에서 위로를 받는 것이 아니에요. 조그만 아이가 엄마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 집회에 처음 나온 것 같은 시민들이 어색하게 구호를 외치는 모습, 그게 위로가 됐죠. 그 힘으로 다시 일주일을 살아갔어요."

그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정말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통령의 권력이 '서슬이 퍼렇다'고 할만큼 강한 때였는데도 유가족이 주저함없이 계속 싸워줬기 때문이다.

결국 그 힘으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졌다.

"세월호 참사가 결국은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렸죠. 물론 탄핵의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지만 저는 세월호 참사가 핵심이었다고 생각해요. 박근혜 대통령을 아무도 못건들 때, 다들 눈치를 볼 때 유가족들은 주저하지 않고 계속 싸웠죠. 그 힘으로 정권이 무너졌어요. 만일 그게 아니었다면 우리는 부정부패 권력과 지금도 살아야 할지도 모르죠."

또 유가족들은 참사·재난이 불행한, 어쩔 수 없는, 안타까운 사건이라는 인식을 '국가가 마땅히 보장해야될 권리'로 변화시켰다.

"왜냐면 이 사람들이 이를 테면 '너희들 돈 더 바라고 그러는거 아냐'라고 모욕할때 오히려 '국민여러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시면 우리 국가배상 안받겠다', '특별법에 보장돼 있는 거 안받겠다', '안받고 국가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따져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하겠다'고 했어요. 거의 피해자 가족의 압도적 다수가 소송을 선택하거든요. 그 결정은 되게 어려운 거에요. 그냥 국가가 주는 건데 '내가 내돈을 들여 소송해서 이길거야'해서 결국 이겨냈죠. 즉 피해자에 대한 연민에 따른 보상이 아니라, 당연히 국가가 해야할 일임을 증명한 셈이에요.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던 피해자에 대한 인식을 바꾼거에요. 그래서 예전보다는 피해자를 좀 더 찬찬히 바라볼 수 있게 된거죠. 우리가 세월호 참사 유가족에게 감사해야 할 이유라고 봐요."



▲세월호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도 사회의 임무

그렇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피해자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대해 인식이 많이 부족하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가까스로 살아나왔는데 질타를 받는다. 특히 성인 생존자들에게 가해진 화살은 더 날카롭다.

그는 공직자가 일반 생존자에게 "아 그래도 어르신은 살아나오셨잖아요"라고 말한 것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생존자에게는 '낙인'이다.

"생존 피해자들이 주로 하는 말이 '살아나온 게 죄같다'라는 거에요. '살아나와줘서 고맙다'라고 생각해야 되는데 말이죠. 피해자는 인격이 위대하거나 순결하거나 해서 된게 아니라 그냥 예상하지 못한 사고를 당한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요. 그러니 그들의 비명을 보듬어주고, 들어줘야죠. 그게 곧 성숙한 사회죠. 그들의 비명에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아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요."

그러면서 일각에서 나오는 '그만해도 된다'라는 말에는 단호하게 반대했다. 제3자가 판단할 사안이라 아니라고 봤다.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 말은 피해자들이 해야 됩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이제 너희들 그만큼 했으면 됐다'라는 말은 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것은 서로가 가져야 할 예우의 문제죠. 아직 우리 사회가 피해자에 대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반증이라고 봐요. 분명한 것은 유가족이 진상규명을 위해 싸우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싸워온 5년의 세월은 우리 사회를 좋아지게 만들고 있어요. 맨날 지겹네 어쩌네 하는 사람에게도 그 혜택은 돌아가죠. 그렇다면 피해자들이 울 시간을 주고, 그들이 그만하겠다고 이야기를 할때까지 기다려야죠. 그게 동료시민들의 예우에요. 다시 되짚으면 '도대체 어디까지 갈것이냐', '이 참사의 진상규명을 어디까지 원하는거냐'라고 묻는 거 자체를 우리는 조심스러워 해야 한다. 그것은 당사자들이 할 이야기고. 그리고 당사자들도 모를거에요."

당장만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자가 많다. 친구들, 당시 같은 학교 학생들, 진도어민들, 잠수사들, 자원봉사자 등 우리가 주목하지 않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자가 많아요. 중학교때 같이 다녔던 친구들은 아예 눈에 보이지도 않아요. 당시 단원고 1학년과 3학년 애들도 사실은 피해자죠. 충격이 얼마나 컸겠어요. 또 생존한 아이들 중에 수학여행을 안간 아이들도 있어요. 몇몇의 아이는 충격으로 자살 시도도 많이 했죠. 문제는 이들이 피해자지원특별법 대상이 아니에요. 사비로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한 아이는 '내가 거기에 타고 있었다면 우리 할머니가 보상금이라도 받았을걸'이라고 말해요. 그런데 이것은 수학계산 같은게 아니잖아요. 단지 그 배에 타지 않았기 때문에 생존 대상자가 안된다니요. 인간의 일로 보지 않은 거라고 생각해요. 이같은 제도의 허점들을 바꿔야 하는게 우리가 해야할 일입니다."

그동안 그가 해온 일이다. 생존자들이 받고 있는 또다른 피해에 대해 계속 사회에 이야기했다. 인권침해 보고서를 쓰고, 피해자 지원 메뉴얼을 만들고 있다.

또 구조적 재난과 참사가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저는 어떤 형태로든 피해자 곁에 있겠어요. 피해자들의 진상규명 요구나 우리 사회를 안전한 사회로 만든데 동반자로서, 동료시민으로서 같이 하겠다는 게 저희 소임이라고 생각해요. 또 구조적 재난과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만든데 도움을 주고 싶어요. 잘못된 점에 대해 비판하고, 거버넌스 활동을 통해 논의를 이어갈 거에요. 무엇보다 관심사인 '피해자를 위해서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늘 고민하고,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사회에 알리는 역할, 그리고 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뭘 해야한다고 외치고 싶어요. 행동 하겠습니다."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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