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창가에서] 주민자치회, 풀뿌리 민주주의로 가는 길
[아침창가에서] 주민자치회, 풀뿌리 민주주의로 가는 길
  • 인천일보
  • 승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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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문종 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마을르네상스센터장


경기·인천지역에도 주민자치회 바람이 불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부터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추진단을 구성해 컨설팅 등 여러 사업을 추진한다. 주민자치지원팀을 중심으로 주민자치회 전환을 위한 강사 양성 교육을 추진하면서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주민자치 역량을 키우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구성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민자치회 구성과 관련한 논의 시간에 늘 제기되던 우려는 '우리 동에는 주민자치위원 30명도 채우기 어렵습니다', '50명으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는 일은 힘듭니다. 인원을 줄여야 합니다' 등이었다.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해서 안 되는 현실임을 잘 알고 있다. 마을 현장에서 성실하게 활동하는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자치위원을 비롯해 여러 동 단체들이 규정된 정수의 회원을 모집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어느 마을이건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지역 현안이 등장했을 때, 생각지도 못한 많은 주민이 모여들곤 한다. 꼭 대규모 주민이 모이는 동네 문제가 아니더라도 주민의 생활에 변화를 주는 정책이나 사업에 대해서 주민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렇듯 주민자치회를 어떻게 주민이 생각하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주민참여는 달라질 수 있다. 이 지점이 주민자치회 전환 사업의 초기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의무로 참여해야 하는 사람을 모아서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려면 그 이후 모든 과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반면, 주민이 흥미를 갖고 참여하며, 모여들기 시작한다면 잘 풀려나갈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모으는 일이 우선이 아니라, 주민자치회에 대한 홍보와 안내, 왜 주민자치회로 전환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교육이 충분히 진행된 후에 자치회 위원을 모집해야 한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사람을 찾아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다수 주민의 참여가 확보돼야 한다. 주민참여를 확대하자는 말이 자치회 위원을 늘리자는 의견은 아니다. 체계를 갖추어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현재 30~50명 위원 수가 적절하다. 다만 구성 과정에서 다수 주민이 관련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주민자치회에 다 담을 수 없는 주민은 분과위원회 활동을 통해 자치회의 줄기를 확대해야 한다. 더 많은 주민의 참여를 위한 방법은 주민자치회 안에 여러분과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하는 것이다.

또한 마을사업에 새로운 주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마을사업에 적극 참여하였던 집단뿐만 아니라 직장인, 청년과 청소년, 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집단의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 평일 낮 시간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영업 종사자나 자녀 육아와 교육에서 자유로운 여성, 경제적 여유가 있는 어르신이 중심이었던 마을 사업을 청년이나 직장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회의나 활동을 주말이나 야간에도 진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주민자치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각계각층의 주민이 마을 사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을 사업에 조직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집단으로는 동 단체뿐만 아니라, 초·중·고 학교 관련 단체(학부모회, 녹색어머니회 등),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 통장회의, 동네에 있는 종교기관 소속 모임과 민간, 시민단체 등이 있다. 자치회 구성 과정에서 이들이 일정한 범위에서 참여하도록 설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특히 학부모는 마을 변화에 민감해 자치회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다면 적극 참여할 것이다.
필자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모임은 초등학교 동문회다. 초등학교는 마을의 중심에 있고, 교육 또한 마을과 함께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가 마을에서 섬으로 고립될수록 아이는 불행해진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학교 동문회는 각종 활동을 통해 동문 상호 간 친목과 협력을 도모하며, 모교를 위한 지원 사업을 추진한다. 그 마을 역사를 잘 알면서, 학교를 지원할 여러 자원을 갖춘 동문회가 마을 사업에 참여할 수 있기를 제안한다.

주민자치회가 다수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주민조직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소외되는 주민이 없는지 늘 살펴보고, 사회적 약자인 주민 의견이 주민자치회 활동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해진 절차에 따르게 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계층이나 집단만이 주민자치회에서 활동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들의 의견을 대변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대표를 주민자치회에 참여시키거나, 그마저도 어렵다면 활동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들의 의견과 생활을 살펴봐야 한다. 이렇듯 더 많은 주민이, 더 넓은 주민이 참여할 때, 주민자치회가 지향하는 마을 민주주의, 풀뿌리 민주주의도 성숙할 수 있다. 더 느리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더 많은 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마을 활동 과정이 주민자치회 위원 모집과 구성 과정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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