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발견] 쪽 염색 전문가 김성동
[장인의 발견] 쪽 염색 전문가 김성동
  • 박혜림
  • 승인 2019.0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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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염색 끝판왕 쪽빛, 아토피엔 특효약
▲ 김성동 장인이 쪽 염색 작업을 하고 있다.

 

 

넥타이 풀고 뛰어든 지 25년
이천 어름박골서 '쪽' 재배

물들인 침구류·속옷 판매
'열 저감' 발효 염색법도 개발
입소문 나 전 세계 체험 발길

하늘을 떼어내 온 듯, 쪽빛 조각보에 이가 시리다. 하얀 흰 천이 쪽을 녹인 물에 닿으면 이내 자연의 빛을 머금고 깊은 바다인 양, 높은 하늘인 양 파랗게 더 파랗게 물들었다. 어름박골 쪽빛 마을에 푸른 하늘을 닮은 사람들, '천연 쪽 염색의 명인'을 이천에서 찾았다. 열네 번째 발견 김성동 장인을 소개한다.

#건강한 우리 '쪽'

파란색의 무명천 위를 가르는 고풍스러운 흰 무늬가 꽤나 멋스럽다. 얼룩덜룩 쪽빛에 물들어진 그의 손가락 마디에 눈이 간다. 김성동 장인은 이천 어름박골 쪽빛마을에서 천연염색을 하는 '물장이'다. 특히 황토, 치자 등 각기 다른 색을 내는 천연염색 가운데서도 가장 까다롭다는 쪽 염색의 장인으로 통한다.

쪽 염색의 주재료인 '쪽'은 푸른 색소(indigo)를 가지고 있는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로 일 년 농사를 지어야만 얻을 수 있었던 귀한 천연 염료이다.
고문헌 '환단고기'에도 등장하는 이 '쪽'은 단군을 하늘의 자손이라 칭하며 '푸른 옷을 입게 하라'는 유래가 전해질만큼 오랜 역사 속 우리 선조들의 중요 작물이었다.

6·25전쟁 발발 이후 전쟁 통에 쪽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사라지면서 쪽의 종자는 씨가 말라갔다. 이후 쪽 염색이 이뤄진 것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맞물린 섬유 시장에 다루기 쉬운 갖가지 화학 염료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천연염색은 점차 설 곳을 잃어갔다. 90년대에 들어 우수한 효능과 디자인 감각까지 두루 갖춘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다시금 천연염색은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게 됐다.

"최첨단 섬유 산업을 이룩한 오늘날 다루기 까다롭고 염색 과정이 힘든 천연 염색 작업을 하는 건 그저 소소한 취미거리에 불과했죠. 그러나 천연염색의 효능과 디자인의 우수성이 매스컴을 통해 전해지면서 천연염색이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김 장인과 어름박골 쪽빛 마을 주민들은 직접 농사지은 쪽을 수확해 손수건, 스카프는 물론, 침구류와 양말, 팬티, 브래지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전국우수마을기업으로 선정된 바 있는 우리 마을에서 만들어진 쪽 염색 제품들은 많은 소비자들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 아토피와 같은 피부질환 환자들이나 화상 환자들에게 상당한 치료 효과를 보입니다. 피부 면적에 가장 오랜 시간 맞닿고 있어야 하는 것이 의류나 속옷인 만큼 쪽 염색 제품들은 피부질환 환자들에게 유용합니다. 특히 저희가 개발한 발효 쪽 염색 제품은 연구 결과를 통해 열에 대한 저감 효과를 입증했습니다."

다양한 천연염색 중에서도 쪽 염색은 교육 파트가 따로 지정돼 있을 만큼 천연염색의 '끝판왕'으로 불린다. 그만큼 쪽 염색은 색을 입히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색을 내는 과정이 상당히 어렵죠. 그렇다 보니 소듐같은 약품에 의존해 색을 뽑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마을의 쪽염색은 직접 농사지은 쪽과 생막걸리, 물엿 등 천연재료만을 가지고 인체에 무해한 천연염색 상품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렇듯 쪽 사랑이 남다른 김 장인이 처음부터 천연염색을 해온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취미 삼아 해오던 쪽 염색의 매력에 빠져 직장생활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천연염색의 길로 뛰어들게 됐다. 올해로 벌써 25년째, 쪽 염색 한길만을 고집해 온 그는 쪽 염색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미국에 청이 있다면 우리나라엔 쪽이 있죠. 청의 색을 내기 위해선 온갖 유기화합물이 첨가돼야만 하죠. 반면에 우리 쪽은 화학물질의 첨가 없이도 고유의 푸른빛을 내는 것이 우리 쪽이 가진 가장 큰 매력입니다. 천연 쪽 생활 브랜드 '킨디고' 장수주 대표님과 협심해 쪽을 활용한 여성 속옷을 최초로 개발했고 부인병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로 많은 분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푸른 하늘을 닮은 사람들

쪽 염색의 대표 격으로 불리는 전남 나주 쪽의 대항마로 이천 어름박골의 쪽을 꼽는다. 그만큼 품질이 우수하고 특유의 남다른 색감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주지역의 쪽과는 차별화를 두고 있습니다. 파란색 중에서도 채도가 낮은 우리 마을 쪽의 색감은 모방해내기 어려운 우리 지역만의 고유 기술입니다."

입소문을 타고 어름박골 쪽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지면서 직접 체험하기 위한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저희 마을에서는 쪽 염색 체험을 직접 해볼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미국의 한 친구가 천연염색을 체험하기 위해 앞서 일본을 다녀왔는데 우리 마을의 쪽을 체험해보고는 줄 곧 이곳만을 찾고 있습니다."

쪽의 매력은 국내보다 해외 국가에서 먼저 알아봤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천연염색 한류 바람이 불며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서양 국가들이 대체의학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동양의 의술에 눈을 돌리게 됐죠. 그중 천연섬유가 치료의 일환으로 활용되는 과정을 통해 많은 해외 외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토록 뛰어난 성능의 어름박골 쪽과 쪽빛 마을은 2013년 안전행정부에 의해 협동조합으로 승인된데 이어 2014년에는 전국 우수마을기업으로, 2015년에는 경기도 스타기업으로 선정됐다. 특히 전국 마을 경진대회에 출전해 1920개 마을 가운데 2위 입상에 오르기도 했다.

"7가구 남짓한 우리 작은 마을에서 일궈낸 성과에 많은 분들이 놀라워 하셨습니다. 쪽의 경우 재배 농가를 찾기 어려운 탓에 수입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재배한 쪽과 염색가공 시스템으로 상품도 생산하고 노인 일자리까지 창출해내는 결과를 낳게 됐죠. 무엇보다 의기투합한 마을 주민들의 힘이 컸습니다."

김성동 장인, 그가 걸어온 쪽 염색 외길 인생만큼 남다른 철칙 하나가 있다. "돈보다 사람이죠.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우리 마을 주민들이 행복하게 지내시는 것. 사람 냄새나는 우리 마을을 지켜가는 것 그뿐입니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

/사진제공=킨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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