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형 여성친화도시 방안 연구하고 있죠"
▲ 원미정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성평등 도시 인천 만들기에 힘 쏟겠다"고 강조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재단 사상 최초 노사협의체 구성
처우 협의 … 직원 사기 끌어올려

시 전역 '女친화도시 지정' 방안
요청 받아 … 긍정적 평가·준비중

성평등 선도기관 자리매김 노력



지난해 9월 취임한 원미정 인천여성가족재단 대표이사는 1990년대 인천지역 여성단체의 탄생을 함께한 인물이다.

인천여성노동자회부터 인천여성민우회와 인천 여성의 전화 등 그가 몸 담았던 곳들은 지역에서 이름을 대면 알만한 단체들이다. 여성과 가족이라는 단어는 원 대표에게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여성들의 권익향상을 외쳐 온 수십년의 세월은 그가 재단을 이끌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인천여성문화회관으로 출발해 지난 2013년 공식 출범한 인천여성가족재단은 인천지역 여성·가족·고령화 등 정책연구와 다양한 교육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경력단절 여성들을 위한 취업박람회도 개최했다.

원 대표는 3년의 임기 동안 재단 고유의 업무에 치우치기 보단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재단 건물에 광장을 조성해 주민에게 개방하는 계획도 갖고 있다. 지역 주민 누구나에게 열려 있는 재단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임 후 먼저 한 일 '직원들 소속감 높이기'

재단에 오자마자 원 대표의 마음이 가장 쓰였던 일은 직원들의 소속감 문제다. 재단 산하에는 고령사회대응센터와 광역여성새로일하기센터 등 여러 수탁기관이 있다.
이 곳 직원들도 모두 재단 소속이지만 거리가 떨어져 있다 보니 온전히 재단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재단은 부평구에 있지만 고령사회대응센터는 공간이 협소한 탓에 미추홀구 제물포스마트타운에 있다.

"재단은 다양한 조직이 한 틀에 속해 있는 기관이에요. 복합조직의 장점도 있지만 직원 소속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죠. 직원들의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워크샵을 진행하고 미션과 비전을 새로 정립했어요.

우리가 무엇을 향해서 나아가는 지 함께 고민하자는 취지죠."

원 대표는 지난 2월 재단 역사상 최초로 노사협의체를 꾸렸다. 직원들의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급여부터 직원들이 어떤 복지를 필요로 하는 지 논의하고 있다. 협의체 역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각 부서의 인원을 모아 구성했다.

"재단 건물에 대한 재난예방기능 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공사를 하면서 대표이사 방을 휴게실로 만들자고 제안했죠. 직원들이 쉴 공간이 없어 아쉽더라고요. 연구원들이 외부인과 업무협의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없어요. 직원들은 다음 대표가 왔을 때 원상복구해야 하면 어쩌냐고 농담을 하기도 했지만 옳은 선택이라고 봐요."

그의 파격적인 시도에 직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는 업무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원 대표와 직원들은 재단의 비전을 '공감과 참여로 미래를 여는 여성가족정책 전문기관'으로 정하고 시민이 행복한 성평등 도시 인천을 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인천형 여성친화도시' 목표 정책연구

박남춘 인천시장은 인천여성가족재단에 인천 10개 군·구를 여성가족부 지정 '여성친화도시'로 만드는 방안에 대한 연구를 요청했다. 그동안 인천에서는 미추홀구와 동구, 부평구 등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된 바 있다. 부평구의 여성친화도시 성공사례를 지켜 본 원 대표는 연구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

부평구는 '여성이 편안한 발걸음 500보'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각 동마다 여성친화도시 사업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원 대표는 지역이 여성친화도시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면 주민들의 태도나 성인지감수성에도 자연스레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전체가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되면 주민 뿐 아니라 공직자들의 마인드도 분명 달라질 겁니다. 각 구의 여성친화도시 지정 후 움직임을 검토하고 타 지역의 성공사례를 참고해 인천형 여성친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여성친화도시에 대한 기초단체장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부 기초단체는 재단에 여성친화도시 지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원 대표는 무엇보다 박 시장이 이 같은 사안에 깊은 관심을 갖고 먼저 제안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장님이 인천 전 지역을 여성친화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히셔서 놀랐어요. 지방자치단체장이 여성친화에 이렇게까지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성공사례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만큼 연구과정에서도 이 부분을 신경 쓸 계획입니다."

▲명실상부한 기관 거듭나도록 '전력질주'

원 대표의 임기 내 목표와 계획은 다양하다. 최근 재단은 여성가족부 공모 사업에 선정,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문화 사업을 수행하게 됐다. 찾아가는 성평등 교육과 켐페인 서포터즈 구성, 정책모니터링단 활동 등을 앞두고 있다.

"직원들이 밤새 고생하며 공모 사업을 준비했어요. 성인지감수성이 중요해지는 만큼 학생들을 위한 교육은 필수죠."

그는 사업의 성과 보다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다.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시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뜻 깊다는 것이다. 공모를 준비하면서 직원들과도 이 부분을 함께 고민했다.

"그동안 인천시에서도 성평등과 성인지 관련 교육사업을 지속적으로 해왔어요. 성폭력상담소 등 유관기관들과 협약을 맺고 진행했죠. 하지만 수동적으로 이뤄지는 부분이 아쉬웠어요. 재단은 지원자 역할을 하고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원 대표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에 3년이라는 임기가 한 편으로는 짧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업영역을 지역사회로 확장시키고 여성과 가족 분야의 리더로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펼쳐나가는 것이 목표다.

"인천시민 모두가 원하는 정책을 펼쳐 재단이 명실상부한 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어요. 시민들이 인천여성가족재단을 떠올렸을 때 양성평등을 선도하는 기관이라는 이미지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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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미정 대표이사가 걸어온 길

인천 여성단체 '시작'부터 동행 … 재선 시의원 경력


원 대표이사는 1995년 제2대 인천시의회에 입성해 1998년까지 시의원으로 활동했다. 이후 재선에 성공해 1998~2002년 제3대 시의원을 지낸 바 있다.

그는 재단 대표이사로 오기 전까지 부평구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일터와사람들'을 총괄 운영했다. 이 곳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양한 영역의 복지서비스를 지원했다. 원 대표이사의 특별한 이력은 1990년대 초부터 인천지역 여성단체의 출발을 함께했다는 점이다. 1991년부터 지금까지 인천여성노동자회의 자문위원과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1년에는 인천여성민우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됐으며 인천여성의전화 이사를 거쳤다. 이 외에 부평문화재단과 인천협동조합협의회 이사, 부평협동사회경제협의회 운영위원 등도 두루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