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인천대 교수·녹색환경지원센터연합회장

한국물기술인증원 설립후보지 입지 선정이 목전으로 다가왔다. 환경부에서는 입지 선정을 위한 용역과 현장조사 등을 통해 인천, 대구, 광주를 주요 후보지로 압축한 바 있다. 앞으로 인증원 설립위원회를 구성하여 최종후보지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며, 많은 전문가들은 인천 또는 대구가 최종 후보지로 낙점되는 것을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인천은 이른바 환경산업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환경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대구는 2015년 개최된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수천억원의 국고를 유치해 물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두 도시에 물 관련 클러스터가 이미 가동하고 있거나 조성 중이며,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물기술인증원 유치가 크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물 산업 관련 제품과 기술의 인증과 검증을 민간부문인 한국상하수도협회와 한국정수기협동조합 등에 맡겨 왔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나라의 물관리 일원화가 추진되면서 물관리기본법과 함께 물산업진흥법이 통과됐다. 물산업진흥법에는 물관리 제품의 위생, 안전, 품질 및 성능 등을 확보하기 위한 인증, 검증 그리고 그에 관련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물기술인증원을 설립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문제는 인천지역의 행정이나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최종후보지 선정이 객관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인천의 경쟁도시인 대구의 경우 지방정부와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구시장은 지역을 찾은 대통령에게 인증원 유치를 건의하며 물산업 전 분야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지역 내 국회의원들과 지역사회에서도 대정부 질의나 각종 행사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유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것에 비하여 인천에서는 후보지 선정이 가까워질수록 조용하기만 하다.

인천은 이른바 블루골드라고 일컬어지는 물산업의 메카로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물 올림픽으로 일컬어지는 세계물포럼 유치를 위해 다른 어떤 도시보다 먼저 노력을 기울여 왔었지만, 마지막 단계에서의 소홀로 이를 무산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세계도시물포럼을 2009년과 2010년에 연달아 개최하며 전 세계에 '물의 도시, 인천'을 각인시켜 왔고, 세계물위원회에서 선정한 12개 세계 물 시범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2010년 세계 물포럼 유치 도시 후보지 선정에서 대구에 고배를 들었다. 이에 대한 여러 아쉬움은 언급하기도 싫다. 당시 세계물포럼 개최 국가 선정 사전회의 성격의 남아프리카공화국 회의에서 "왜 인천이 아니고 대구냐?"는 국제적인 질문에 적절한 대답이 궁색했다. 급기야 한국 유치준비단으로부터 필자의 '물 시범도시 관련 발표를 그만 둘 수 없느냐'는 어처구니 없는 제안을 받기도 했었다. 필자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논문 발표 직전, 대구시 국장을 앞으로 불러 소개하며 인천과 대구는 형제도시와 같으니, 세계 물포럼의 대구 개최를 지원해 달라는 부탁을 한 후에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인천은 물기술인증원 선정을 위한 여러 객관적인 장점이 있다. 우선적으로 수요자인 각종 물기업의 80% 정도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다. 그동안 정수기 인증을 받은 223개 중 남동공단을 포함하는 수도권에 185개사로 82%에 이르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한다.

또한 물 클러스터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한국환경공단, 환경산업연구단지 등이 이미 인천에 자리를 잡고 있고, GCF와 각종 유엔기관, 국제적 물기업인 베올리아 아시아 태평양 교육훈련센터 등이 인천에 자리를 잡고 있다. 교통, 국제화도 대구보다 월등하다. 우려는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국가 균형발전 또는 허허벌판에 지어지는 물산업클러스터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우선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이다.
물기술인증원 설립후보지 선정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집권당의 원내대표도 인천을 지역구로 하고 있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회의원도 있고,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여러 형태의 목소리를 내는 여·야 국회의원들도 있다. 인천시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인천 내 지역사회와 산업계에서도 충분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인증원 설립위원회가 객관성이 있는지, 인증원이 수요자와 잘 연계되는지 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