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고교 무상교육을 1년 앞당겨 시행하기로 확정했다. 당초 2020년 시행 예정이었던 무상교육이 오는 9월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9일 열린 당정청협의회는 우선 2학기에 고3부터 시작해 2021년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당장 올 2학기에 인천시교육청은 16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도 800억원 규모의 예산 투입에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앞으로 재정 부담 분배를 놓고 정부와 교육청 간의 대립은 불가피해 보인다. 입학금,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 교과서 대금을 지원하는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내국세의 20.46% 정률로 고정돼 있으나 앞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부담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이 세율을 상향 조정하지 않고는 '증액교부금' 방식의 재정 지원에 한계가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개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학생수가 줄어드는데 교부금을 늘릴 수는 없다고 반대하고 나서는 입장이다. 또 여야의 대치정국이 지속되는 가운데 세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쉽게 채택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갈등을 빚었던 '누리과정' 예산 분배처럼 교육감들이 반기를 든다면 험로가 예상된다.

OECD 35개 회원국 중 막차를 탄 대한민국의 무상교육 제도의 전면 시행은 한참 늦었다. 정부가 당장 내년 2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확보해야 하지만 예산집행의 기반을 준비할 기간도 촉박해 보인다. 또 2024년 이후의 중장기적인 예산 확보 방안이 제시되지 않아 내년 총선을 의식한 무상교육 로드맵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정치적 일정을 고려한 셈법 이전에 교육의 핵심 주체인 학부모와 교원이 받을 영향도 고려됐어야 한다.
국민들은 궁극적인 재정 부담자라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교 무상교육이 국가의 일방적인 선물처럼 보이지만 공짜가 아니다. 학부모가 납세 당사자이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예산의 확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무상교육의 최종 목표인 평등한 학습성취 달성에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