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숯향에 취하고 … 깊은 양념에 빠졌다
▲ 송도 명문숯불갈비는 이기화 대표의 아들인 이다훈 프로골퍼가 지난 3월22일 KPGA 챌린지투어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기념으로 모든 음식을 10% 할인된 가격으로 손님에게 대접하고 있다.

 

"음식점 이름이 '명문'이다 보니 요리부터 손님접대 등 뭐하나 허투루 할 수가 없네요. 30년 가까이 좋은 재료와 변함없는 손맛을 유지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상호만 '명문'이 아닌 모든 면에서 '명문'이라는 칭호를 받도록 더욱 신경쓰겠습니다."

1993년부터 송도유원지 로터리 부근의 한자리에서 국내산옛날식돼지갈비로 손님을 맞고 있는 송도 '명문갈비'는 "음식점 부지의 소유주로부터 땅을 매입해 갈비집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근방에 돼지갈비 집이 서너군데밖에 없었고 송도유원지에 놀러온 사람들로 우리 집을 찾는 손님들이 차고 넘쳤지요"라며 개업 초기를 회상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식하면 짜장면을 먹던 중국집을 찾는 정도였는데 송도 명문숯불갈비가 개업할 즈음부터 돼지갈비, 삼겹살, 한우 전문점이 많이 늘었지만 옛날식돼지갈비를 고집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요즈음에는 대부분의 음식점에서 시각적인 면을 강조해서 모양새를 꾸미는데 돼지갈비야 최상급의 고기를 어떻게 숙성시키고 양념장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맛을 좌우하는데 우리집은 30년전 방식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요."

송도 명문숯불갈비의 음식 맛은 개업 초기에 주방을 책임지던 실장이 독립하면서 "다른 건 몰라도 양념장은 변함이 없어야 손님이 끊기지 않는다"며 가르쳐준 비법을 아직까지 이어오고 있다.

명문숯불갈비는 개업 때부터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돼지갈비는 서울 마장동에서 최상급의 고기만 받아 오고 있는데 최상품을 써야 양념을 해도 제맛을 낸다는 신념을 고수하고 있다.

고기를 굽는 참숯도 국내산만을 취급하는 경기도 안성의 참숯을 사용하고 있다. 참숯은 갈비의 맛을 내기도 하지만 톱밥으로 만드는 일반 숯과 달리 태울 때 발암물질을 발생하지 않아 건강에 해롭지 않기 때문이다.

이 집의 된장은 시골 집에서 직접 담근 걸 가져다 쓰고, 소금은 전남 신안군 도초농협의 천일염을 받아 1년동안 간수를 빼고 두 번 볶은 뒤 후춧가루와 함께 고루 섞어 향을 더한 왕소금을 내놓는데 쓴맛이 나는 일반 소금과는 뒷맛이 다르다.

예나 지금이나 김치는 1주일에 한번씩 직접 담아 너무 익지 않게 해서 손님상에 올리고 모든 반찬도 신선도가 살아있는 야채만을 재료로 직접 만든다.

"모든 음식은 최상급의 재료와 함께 맛을 내는 정성, 손님을 맞는 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고기맛이나 반찬맛이 없다는 분들은 없었어요. 그래야 '명문'이지요."

1층에는 좌식, 입식 모두 100석의 테이블이 40석, 30석, 30석으로 나뉘어 있고 2층은 100석의 대형 룸이 있어 환갑연, 돌잔치 등을 치를 수도 있다. 20대정도 주차가능한 자체 주차장도 있다. 032-833-0054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명문 상호명 따라 '최상급' 고기만 들여와 … 직접 알맞게 구워주는 '그 집'의 추천메뉴]

▲ 국내산 옛날식 돼지갈비
▲ 국내산 옛날식 돼지갈비

 

●국내산 옛날식 돼지갈비
개업 때부터 서울 마장동 도축장에서 최상품 고기만을 받아 쓰는 이집의 대표음식이다. 30년 가까이 이어오고 있는 돼지갈비의 맛의 비법은 옛날식 양념장이다. 향이 없는 한약재료 5~6가지와 파, 마늘, 생강, 무, 감초 등을 물·간장과 함께 넣고 끓인 뒤 30분정도 약을 달이듯 약불로 한번 더 끓인다. 사과·배 등 과일을 넣어 맛을 더하는데 명문갈비만의 비율과 배합의 비법으로 짜거나 달지 않고 깊은 맛을 내고 있다. 특히 키위나 파인애플은 고기가 녹기 때문에 쓰지 않는다. 손질한 고기를 양념해서 이틀동안 숙성한 뒤 손님 상에 내놓는다. 부드러운 육질과 함께 양념맛이 더해져 아이들과 어르신들도 즐겨 찾는다.

▲ 한우 등심
▲ 한우 등심

 

●한우 등심
등심은 육회와 함께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마장동이 아닌 가까운 정육점에서 매일 공급하는 최상급 한우만을 내놓는다. 등심은 큰 덩어리의 양 옆의 부분은 잘라낸 가운데 부위만 사용한다. 생고기는 다루기도 쉽지 않고 이틀만 지나도 고기 색깔이 검은 빛이 돌아서 그날그날 필요한 양만 받는다. 기름기가 고루 퍼져 있어 '꽃이 살아있다'는 육질이 좋고 연한 고기의 제 맛을 볼 수 있다.

▲ 소 생갈비
▲ 소 생갈비
▲ 소 갈빗살
▲ 소 갈빗살

 

●소 생갈비·갈빗살
소 생갈비와 갈빗살은 기본적으로 기름기가 많은 부위다. 기름 때문에 고소한 맛이 더 살아나고 구울 때 기름 떨어지는 모습은 보는 이의 입맛을 당긴다. 명문숯불갈비는 모든 고기를 직원이 직접 구워주고 잘라준다. 손님이 구우면 태우거나 덜 익혀서 고기의 참맛을 놓치기 쉬워 가장 맛있을 때 먹도록 도와준다. 취향에 따라 소금에 찍어먹거나 양파를 썰어넣은 양념장 또는 상추나 배추 등으로 싸서 먹으며 연한 갈비살에서 흐르는 육즙과 어우러진 맛을 볼 수 있다.

 

▲ 오페라 가수인 테너 이헌씨가 '송도 명문숯불갈비'를 찾았다.
▲ 오페라 가수인 테너 이헌씨가 '송도 명문숯불갈비'를 찾았다.

 

[오페라 가수 테너 이헌이 찾은 '명문숯불갈비']

"제가 어머니 뱃속에서 사산(死産)이라는 진단을 받았지만 일곱달 만에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지금까지 제 삶은 한편의 오페라처럼 극적인 순간의 연속이었어요."

최근 인천문화예술회관의 커피콘서트 '팔리아치' 공연에서 큰 호응을 받은 오페라 가수인 테너 이헌씨가 송도유원지 로터리 부근 옛날식돼지갈비 전문점 '송도 명문숯불갈비'를 찾아 오페라 유학과 공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천 토박이인 이씨는 인제고 중창단에 들어가면서 늦게 성악 공부를 시작한 뒤 연세대를 졸업하고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 독일 만하임대를 치열한 경쟁 끝에 들어갔지만 한 학기를 남기고 불가리아 음대로 옮겼다.

"만하임대 졸업장이 중요한 게 아니고 노래를 잘하려면 잘 가르치는 선생님을 찾아 가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반드시 하는 저돌적인 면이 있거든요. 하지만 기대만큼 도움을 못받아 바르나라는 도시의 시립 오페라극장에 테스트를 거쳐 단역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이탈리아 밀라노로 옮겼어요."

이씨에게 기회가 온 것은 이탈리아에서 공부에 열중하고 있을 때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국립극장에서 오페라 '카르멘' 공연을 준비하던 남자 주인공 두명이 모두 목에 이상이 생겨 이씨를 급히 초빙했다. 두 차례 리허설만 마치고 오른 무대에서 이씨는 공연을 대성공으로 이끌었다.

"유럽에 공부하러 갈 때 '오페라 공연에 주역으로 10번만 서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그런데 '카르멘' 공연이 호평을 받게 되자 베오그라드 극장에서 외국인 최초로 평생주역 단원으로 계약하자고 먼저 제안해서 받아들였어요. 그 뒤로는 세르비아는 물론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등 주로 동유럽 국가에서 활동하며 350번 정도 오페라의 주역으로 무대에 섰지요."

이씨는 세르비아 노비사드대학 객원교수를 역임하고 2009·2010년 2년 연속 세르비아 올해의 성악가상, 2012년 2월 세르비아 문화부에서 수여하는 'OSKAR DANON'상을 수상하고 세르비아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귀화 제의까지 받았다.

"수많은 공연을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에요. 베르테르가 남편이 있는 롯데라는 여인을 좋아하게 되면서 생기는 심리를 표현해야 하는데 감정이 생기지 않는 거예요. 그러다 유튜브로 보게 된 영화 '서편제'에서 눈이 보이지 않게 된 오정해가 심청가를 부르는데 가슴이 미어지는 거예요. 보통 테너들은 맑고 깨끗한 소리를 내야 하는데 서글픈 목소리로 부르니 모든 관객들이 교감을 하고 자살하는 장면에서는 진짜 죽은 줄 알았다는 거예요. 현지 신문에서 '혼으로 노래를 부른다'며 극찬을 받았지요."

세르비아에서 '국민가수'라 불리던 이씨가 한국에 급히 오게 된 것은 5년전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셨다는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좋아지셨지만 병석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보고 '제 꿈만 쫓아다녔나'하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많이 울었어요. 처음에는 공연 일정에 맞춰 세르비아를 오가곤 했는데 컨디션 조절이 어려워서 무대에 오르지 못하겠더라고요. 할 수 없이 3년의 휴가를 받았는데 올 10월이면 돌아가요. 집사람과 아이들도 인천생활에 안착을 했고, 유럽의 공연 스케줄이 여름과 겨울에 3개월씩 휴식기가 있어서 다행이지요."

평소 오페라 가수보다 광대나 배우로 불러달라는 이씨는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서 커피 전문점 '빨리아치'를 운영하며 유럽에서 맛보던 에스프레소 커피를 선보이고 공연도 하고 있다.

"유럽에는 대부분의 도시마다 오페라극장이 있어서 대중들과 함께 공연을 즐기며 정통 또는 명문이라는 칭호를 받지요. 앞으로 인구 300만이라는 인천에 걸맞는 오페라극장을 짓는 게 새로운 꿈이에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