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6 우리들의 기억법] 2.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
[2014.04.16 우리들의 기억법] 2.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
  • 정회진
  • 승인 2019.04.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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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날수록 커지는 그리움 … 그렇게 잔인한 4월이 다시 왔다
▲ 세월호 참사로 아버지(故 전종현씨)를 떠나보낸 전태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 그는 "5년째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혹이 많다"고 말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평범했던 그날 걸려온 전화 한통
가족들의 평화롭던 일상 깨뜨려
진상규명 5년째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 많아

최근 참사 특별조사위가 제시한
해군·해경 CCTV조작 가능성은
그간 의혹 해소 못한 채 더 키워
재조사 통해 반드시 진실 밝힐 것







거리에는 벚꽃과 개나리가 만개했다. 사람들은 두꺼운 잠바 대신 얇은 옷을 꺼내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친구와 연인, 가족들과 꽃놀이를 즐기면서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가득 찼다. 설레는 눈빛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게 그토록 설렘으로 가득한 4월. 또 다른 누군가는 잔인한 4월을 맞이해야 한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후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들은 1년 중 가장 힘든 달을 보내고 있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그날 이후 모든 삶이 달라졌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잊혀지기는커녕 그리움은 더욱 선명해진다고 했다.



▲ 잊을 수 없는 그 날

여느 때와 같은 수요일이었다고 한다. 그날 마침 지방으로 출장을 떠난 것을 빼고 평범한 일상이 될 뻔 할 날 중 하루였다.

그런데 2014년4월16일 오전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후 모든 게 달라졌다.

어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아버지가 탄 배가 암초에 걸렸다"고 했다. 전 위원장은 아버지와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전 위원장의 아버지 전종현(당시 69세) 씨는 자전거 동호회원들과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그런데 TV에서는 "전원 구조" 소식이 터졌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오보라는 말이 흘러 나왔다. 믿을 수 없었다.

"어머니로부터 연락을 받고 곧바로 서망항으로 달려갔죠. 카페리호가 승객들을 구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렸어요. 카페리호에서 내리는 승객들 중 아버지가 있는 지 찾았지만 없었어요. 다음 배에 또 다른 구조자들이 있다는 소식에 희망을 품었죠. 그런데 그 구조자들을 태운 첫 배가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서망항에서 팽목항. 환하게 웃는 얼굴로 다시 돌아올 것 같은 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허망하게 떠났다.



▲ 무너진 삶

풀리지 않는 의문이 가득한 세월호는 그렇게 소중한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빼앗아 갔다. 삶의 균형도 무너졌다.

"주말만 되면 아이들과 함께 어머니와 아버지가 있는 집을 갔었죠. 예배를 드리고 하룻밤은 꼭 자고 왔었어요.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를 잘 따랐어요. 그렇게 주말을 보내곤 했는 데…"

평소 전 위원장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활동적이었다. 산이든, 어디든 함께 다니면서 여가를 즐겼다. 그런데 그 날 이후 전 위원장의 어머니는 집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고 했다.

"가족들이 어머니에게 바람 쐬러 나가자고 해요. 그런데 그 때마다 어머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세요. 아버지와 다녔던 곳을 가면 아버지 생각이 더 난다면서요."

그렇게 5년이 지났다. 5년이 지났지만 전 위원장은 아직도 그 날의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했다.

일반인 희생자로 구성된 대책위원회와 진상 규명을 위한 업무를 5년째 해오고 있는 전 위원장은 세월호가 몇 주기인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세월호가 1095일만에 육지로 올라온 2017년 4월, 그는 목포에 있었다. 당시 목포에 상주하면서 일반인 미수습자 가족 지원에 힘썼다.

잿빛으로 변해버린 세월호를 제대로 마주할 수 없었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원인이 다 밝혀진 게 아닙니다. 왜 배가 넘어졌고,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는 데 왜 승객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합니다."



▲ 진실을 좇는 것 … 우리가 해야할 일

그런 그는 인천가족공원의 세월호일반인희생자 추모관을 매일 간다. 인천가족공원에는 일반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관이 있다.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부에서 운영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 2017년 한 때 폐쇄되기도 했었다.

당시 추모관 앞에는 '정부의 무능함으로 추모관을 폐쇄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라고 적힌 종이가 붙었다.

"인천가족공원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명절 때 추모객이 많아요. 가족공원에 오면 추모관이 있다보니 겸사겸사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죠. 그러나 대통령과 총리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오지 않았어요. 서운한 점이 크죠."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했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풀리지 않는 의혹들은 여전히 많다.

지난 달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해군·해경이 세월호에 탑재된 CC(폐쇄회로)TV 영상저장장치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더 쌓여가고 있다.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설치하고, 전면 재조사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도 진실을 좇겠다고 이야기했다.

"세월호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5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진상 조사와 규명을 하는 게 우리들의 숙제입니다. 왜 해경은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꼭 그 진실을 밝혀낼겁니다. "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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