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도관 마을.


어렸을 적 '서울 구경'이란 놀이가 있었다. 주로 삼촌이나 덩치 큰 동네 형들이 "서울 구경시켜 줄까?"하고 어린 아이의 양쪽 귀 부분을 커다란 손으로 눌러 잡고 들어올렸다. 눈물 찔끔 날 만큼 아팠지만 살짝 들린 시선으로 본 한 치 밖 골목풍경이 순간적으로 뭔가 달리 보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높은 데서 낮은 곳을 내려다보려는 욕구가 있다. 산꼭대기도 이미 높은 데 여기에 고층 전망대를 세우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것도 그 이유다.

살짝 뒤꿈치만 들어도 풍경은 달리 보인다. 얼마 전 인천시는 '까치발로 본 인천'이란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시민을 대신해서 까치발을 들어서 본 인천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냈다. 고층 아파트나 상가 건물의 옥상 등에 올라 인천을 굽어봤다. 인천인의 삶의 패총들이 곳곳에 쌓여 있고 인생의 크고 작은 옹이들이 여기저기 박혀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집, 학교, 고개, 시장, 개천, 공원, 빌딩, 운동장 등을 길게 이어주는 오래된 길은 그 자체가 도시의 나이테였다.

까치발에 그치지 않고 드론을 띄웠다. 위 사진은 한때 인천 어느 곳에서든 올려다 보였던 숭의동 전도관을 내려다 본 모습이다.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않은 새의 눈으로 바라본 것이다. 주홍색 지붕을 한 전도관이 마치 바다 위 거북선처럼 보인다. 이리저리 길게 이어진 골목길이 물결처럼 주위를 일렁거린다. 높이가 시선을 찾아 주었다. 드론이 아니었으면 볼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이제 이 모습도 머지않아 '까치발로 본 인천'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하다. 전도관구역주택재개발조합에서 알리는 분양신청 공고문이 골목 곳곳에 나붙어 있다. 이제 정말 눈물 찔끔 나는 '인천 구경'이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전 굿모닝인천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