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재벌 2세대 일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향년 7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숙환이라고 하지만 단명했다. 일각에선 가족들의 '갑질' 논란이 불러일으킨 스트레스가 설상가상으로 악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추측이다.
최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대표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20년 만에 경영권을 잃게 되는 충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한진그룹 계열사가 18차례의 압수수색을 받았고, 조 회장의 일가는 14차례에 걸쳐 포토라인에 섰다. 말년은 기구했다.

한진은 인천에서 태동했다. 조회장의 선친 정석 조중훈(1920∼2002) 회장은 1945년 11월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운수업체 한진상사를 인천 중구 항동4가에 창업했다. 이 부근에 2010년 ㈜한진은 첨단 물류 보관창고 한진셀라리움을 세웠다. 한진의 창업 DNA를 아직도 한곳에 남겨놓은 것 같다. 한진셀라리움은 와인 1만병과 과일 250t 분량의 보관 능력을 지닌 국내 최대 규모의 상품 맞춤형 온도유지시스템(CA)을 갖춘 물류창고다. 공교롭게도 인천일보 윤전 건물과 담 하나를 두고 붙어 있다.
선대 조 회장은 이곳 한진상사를 일구며 장남 조양호를 낳았다. 부자 모두 인천에서 태어났다. 이런 연고로 1968년 고 조중훈 회장은 인하공대를 인수해 종합대학으로 발전시켰다. 조양호 회장은 선친의 뒤를 이어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이었다.

인천 미추홀구 인하로에 위치한 인하대학교를 비롯한 한국항공대학교(경기 고양), 인하공업전문대학,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 고등학교·중학교,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등 6개 학교를 뒀다. 특히 인하대는 전국 대학평가에서 10위권을 유지하면서 명문 사학으로서의 역량을 펼치고 있다.

인하대 본관 이사장실에는 두 개의 사진과 명패가 걸려 있다. '인하대학교 설립자 이승만 대한민국 대통령'과 '인하대학교 이사장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이라는 명패와 <이승만 일기>, <정석 조중훈 이야기, 사업은 예술이다> 책자가 진열돼 있다. 조양호 이사장의 죽음 앞에 교수회, 총동창회 등 인하대 구성원들의 안타까움은 숙연하다. 인하대 발전에 기여한 조 회장의 긍정적인 부분을 회상하는 분위기이다.

고인이 된 조양호 이사장의 육영의지와 교육철학은 어떻게 인하대 역사에 남을까.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으로의 3세 경영권 승계도 우여곡절을 겪어야 할 듯싶다. 교육기관이 침체되지 않도록 정석인하학원의 새 이사장 체제의 안착이 중요한 시점이다. 조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