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영화 감상, 자녀의 '감성' 키웠다
3년간 아들과 수십편 고전영화 관람
역사부터 삶·꿈까지 생각 나눈 계기
▲ 조수진 지음, 호밀밭, 196쪽, 1만2800원


"하경이가 나이 들면 김수환 추기경님 같은 얼굴이 되겠군' 하고 생각한 적 있습니다. 연극 연습장에 국화 몇 송이 (학생이지만 제 용돈으로 샀겠지요? 자주색 소국 몇 송이었으니까) 들고 찾아와 가슴 찡한 기도두 해 주구. 내가 하경이의 여자친구 같은 느낌이 들게 해주던, 의젓하지만 유머러스하고, 중학생인데 어른남자 같고. … 엄마와의 이런 시간들이 지금의 하경이를 만들었구나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지 궁금해지는 하경이입니다."(배우 김혜자 추천평 中)

좋은 영화 한 편은 인생과 비슷한 면이 많다. 인생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삶의 진리까지 담겨있는 좋은 영화를 만나는 것은 청소년들에게는 영화 한 편 그 이상의 의미를 선사한다.

저자는 20여년간 기자로, 아나운서로, 프로듀서로 방송 일을 하고 늦깎이 학생으로 공부하던 중 우연한 기회로 수업을 하나 맡게 된다. 영화의 역사를 다루는 수업이었고 수업 준비를 위해 고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당시 저자의 아들 하경이는 사춘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경이는 수업을 준비하는 엄마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마찬가지로 저자 역시 영상시대를 살아가는 아들이 흑백 무성영화에 호기심 보이는 걸 신기하게 지켜본다. 저자는 영화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아들과 함께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다.

'내 아이 감성 영재로 키우는 영화 이야기'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그렇게 저자가 아들 하경이와 함께 3년 동안 고전영화를 보고 나눈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책은 엄마와 하경이의 대화로 시작해 관련 영화 소개, 영화 이해에 도움이 될 만한 지식과 팁, 토론해볼 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싣고 있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이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져 보면 어떨까?

저자는 여전히 아들과 함께 영화 보는 걸 즐긴다. 영화 기술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다. 어리다고 생각했던 아들은 불쑥 커버렸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하지만 고전영화가 주는 맛은 여전히 특별하다. 아들과 함께 고전영화를 보며 삶과 꿈에 대해 이야기했던 추억은 결코 잊지 못할 거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각 챕터의 앞부분은 영화를 보기 전 아들과 나눈 대화를 정리해서 실었다. 이후 영화를 선정한 배경과 전반적인 스토리를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본 후 엄마와 아들이 각자 생각을 나누며 영화에서 만날 수 있는 '꿈과 끼'에 대해 이야기한다.

중간 중간 고전영화와 맥을 같이 하는 영화를 소개하는 '보너스 영화' 코너와, 영화와 관련된 이야기 중 아이들에게 도움 될 만한 내용을 다루는 코너가 마련되어있다.

저자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의 흐름대로 엄마와 자녀가 함께 영화를 보길 권한다. 아마도 생각보다 훨씬 값진 시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