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보국: 수송으로 국가에 보은한다)

 

▲ 항공기를 배경으로 본사 격납고에 서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제공=대한항공

 

▲ 지난해 1월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행사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성화를 봉송하는 모습.

 

조양호 회장 (1949년 3월8일 ~ 2019년 4월8일)

세계적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 창설

2004~09년 화물사업 세계 1위 성장

작년 대한항공 매출 12조원대 성과

컨 터미널 운영중 … 한진해운 파산

인하대 이사장 맡아 인재육성 노력

올림픽 유치 헌신 무궁화장 수훈도



고(故) 조양호 회장이 이끌어 온 한진그룹은 1945년 한진상사 설립으로 시작된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다.

'수송으로 국가에 보은한다'는 뜻의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경영철학으로 하고 있다.

지금은 대한항공을 필두로 항공·육상운송업·택배사업을 비롯해 정보통신업, 호텔사업, 관광업, 기내식사업, 항공우주사업, 리무진사업, 지상조업 등 국내 29개사 해외 17개사 등 46개의 계열사를 운영하는 세계적인 물류전문기업이다.

조양호 회장의 부친이자 한진그룹의 창업자인 고 조중훈 회장(1920~2002)은 '한민족(韓民族)의 전진(前進)'을 기치로 회사 이름을 '한진(韓進)'이라 지었다.

70년 넘게 수송물류의 길을 닦아 온 한진그룹의 역사에 조양호 회장은 일생을 바쳐 굵은 궤적을 남겼다.

▲하늘길 연 대한항공과 조양호 회장

한진그룹은 1945년 인천 해안동에서 트럭 한 대로 문을 연 한진상사에서 시작됐다. 미군 운송권을 바탕으로 전국 곳곳으로 물자를 보내며 성장하다, 1969년 만성 적자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있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본격적인 항공사업에 뛰어든다. 대한항공의 역사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조양호 회장은 1949년 3월8일 인천에서 한진그룹 일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일생을 대한항공과 함께 했다.

조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공업학과를 졸업하고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실무를 익히기 시작했다. 정비, 자재, 기획, 정보기술(IT),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친 것으로 전해진다. 1980년 대한항공 상무에 올라 경영 일선에 등장한 뒤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6년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에 오르며 창업주 고 조중훈 회장에 이은 그룹의 수장으로 성장한다.

대한항공은 1971년 우리나라 최초 태평양 횡단노선인 서울~LA 화물노선과 여객기 취항, 1972년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는 계기가 된 보잉사 B747 점보기와 에어버스사 A300 6대 구매, 1973년 서울~파리 화물노선 및 1975년 여객노선 개설을 통해 국제적인 항공사로 커나갔다.

조양호 회장은 이 시기에 대한항공에 몸 담으며 실무를 익히다 사장 취임 후 1994년 중국과의 항공협정을 체결하며 전 세계 하늘을 연결하는 노선망을 갖추기에 이른다. 1990년대 중반 대한항공은 항공기 100여대를 보유한 세계적인 항공사로 이름을 알렸다.


조양호 회장은 1999년 대한항공 회장으로 취임한 후 전 세계 항공 시장을 누비며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 아에로멕시코, 에어프랑스, 델타항공 등 유수의 항공사와 함께 세계적인 항공동맹체 스카이팀(SkyTeam)을 창설하고,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 연속 화물사업 세계 1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지금의 대한항공은 1969년 출범 초기와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출범 당시 매출액은 3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2조655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이어갔다.

연간 여객 수송 인원은 같은 기간 70만명에서 2682만명으로, 항공기는 11대에서 166대로, 취항도시는 7곳에서 124곳으로 늘어나며 우리나라와 전 세계를 연결하는 대동맥 역할을 맡고 있다.

출범 당시 없다시피 했던 항공화물은 지난해에만 161만t이 대한항공을 통해 세계 각지로 뻗어나갔다. 대한항공은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항공의 여정에는 조 회장의 발자취가 짙게 남아 있다"라고 밝혔다.

▲부친에게 이어받은 수송보국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지난 2002년 타계한 뒤, 한진그룹의 운명은 후계구도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국 2005년 중공업 부문과 금융 부문 계열사가 공식 분리됐지만, 그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대한항공을 비롯한 수송부문은 한진그룹의 우산 아래 남아 있었다.

조양호 회장은 2003년 한진그룹 회장으로서 부친의 유지이자 경영철학인 '수송보국'을 이어갔다.

한진그룹은 그룹 중추이자 '하늘길'을 연결하는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바닷길'도 연결하고 있다.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 10공구에 위치한 인천신항 한진인천컨테이너터미널(HJIT)이 인천항의 핵심 시설이자 수도권 물류의 핵심 기지로 운영되는 중이다.

최대 1만2000TEU(1TEU=6m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이 접안할 수 있으며, 1년에 12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규모다. 부산신항에서도 한진부산컨테이너터미널(HJNC)이 1만TEU급 이상 선박이 접안 가능한 대규모 컨테이너 전용 부두로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 인천국제공항 인근 왕산해수욕장 주변에 '왕산마리나'를 열어 최고급 요트 계류장을 갖춘 국내 최대 민간 마리나 단지를 유지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탄탄대로만 달리던 것은 아니었다. 육·해·공 가운데 바다를 책임지며 국적선사 1위에 올라있던 한진해운의 파산 사태가 그랬다. 고 조중훈 회장 사후 한진해운을 물려받은 삼남 고 조수호 회장이 2006년 세상을 떠나면서 회사가 크게 흔들렸다. 조양호 회장은 동생이 남긴 한진해운의 구원투수로 나서 그룹차원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하고 직접 회장직에 올라 경영을 맡았지만, 파산을 피할 순 없었다. 결국 2017년 수송보국의 거대한 축인 한진해운이 무너지는 결과를 맞이했다.

그래도 육·해·공 중 그룹 핵심인 대한항공과 함께 ㈜한진은 종합물류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1992년 국내 최초로 택배서비스를 선보였고, 국내 최대 규모의 택배허브터미널과 서울복합물류단지(SIFT)에 첨단 물류시설을 신설해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육상분야의 축적된 경험은 렌터카 서비스, 상용차 A/S 서비스, 유류 공급 서비스로 이어졌다. 한진은 육상 운송분야 국내 1위를 점하고 있다.

▲인재육성 힘써 … 스포츠외교에도 공헌

조양호 회장은 부친과 마찬가지로 인재 육성에도 힘썼다. 1997년부터 학교법인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장을 맡아 인하대학교, 인하공업전문대학, 한국항공대학교,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정석항공과학고등학교, 인하대학교 사범대학 부속중학교를 운영해 왔다.

한진그룹과 인하대가 인연을 맺은 때는 1968년이다. 당시 한진상사는 산업·과학 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으로 기금 2억원을 기증했고, 이후 인하대는 성장을 거듭했다. 1972년 종합대 승격, 1984년 의과대학 신설, 2003년 정석학술정보관 개관, 2009년 3월 법학전문대학원·의학전문대학원 개원에 이르기까지 인하대는 명실상부한 인천의 대표 대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도 힘썼다. 지난 2009년 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아 1년10개월간 50여 차례의 해외 출장을 소화했다고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110명 중 100여명을 만나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유치 공로로 지난 2012년 1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 이 밖에도 대한탁구협회 회장, 아시아탁구연합 부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스포츠 발전에 힘을 다했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은 평생 가장 사랑하고 동경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던 하늘로 다시 돌아갔다. 하지만 조 회장이 만들어 놓은 유산들은 영원히 살아 숨 쉬며 대한항공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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