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송도국제도시 송도1교 진입로에 세워졌던 전광판 조형물이 철거됐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해 흉물스럽다는 지탄을 받아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지난 10년 동안 16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오다 결국 안전 불량 판정에 따라 2800만원의 철거비용을 들여 고철 처리했다.

최근 인천을 상징하는 몇몇 조형물들이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해 자치단체의 예산만 축낸 채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가 지난 1월7일부터 약 두 달 간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 실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공조형물은 384개로 나타났다. 이 중 올해 들어 부평구 도로경계에 설치됐던 '웅비나래' 조형물과 남동구 소래포구 소래대교 사거리에 있었던 아치형 조형물 등이 급거 철거된 상태다.
수억,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설치한 공공조형물들이 시설 노후와 관리비 부담, 도시개발 등의 이유로 헐릴 공산이 많다. 조형물 설치에 들어간 전체 예산만도 수천억원에 이르는데 또 상당한 철거비용이 낭비될 전망이고 보면 주먹구구식 전시행정의 폐해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하게 된다. 지난해 부평역광장 '씽씽부평' 조형물도 광장 정비사업에 밀려 철거됐다.

조형물 심의에 참여한 한 전문가는 자치단체가 조형물의 상징성을 비롯한 미래 생명력이나 장소 선택 등에 있어서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형식적인 심의 절차를 강행하는 분위기라고 전한다. 이러한 폐습을 차단하고, 선진 공공조형물 설치와 사후관리 방안을 확보하지 않고는 인천의 수려한 도시미관도 기대할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라 정명600년 기념 조형물 등 인천의 정체성을 담아내는 몇몇 기념물도 논란이 많았다. 인천의 역사와 문화, 상징성을 폄하하는 조형물들도 말끔히 정리할 수 있어야 하겠다. 또 앞으로 공공조형물의 난립을 방지해 세금 낭비도 줄여야 한다. 인천이 국제도시, 대한민국의 관문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조악한 공공조형물 설치에 신중을 기울이고, 인천의 세련된 가치와 의미를 담아낼 수 있어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이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집대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전문가 의견이 행정 편의를 초월해 반영될 수 있어야 공공조형물의 인천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