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률 농협구미교육원교수

어느덧 미세먼지는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회색 코뿔소'가 되어버렸다. 이는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대표이사가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있다가 큰 위험에 빠진다는 의미로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다.
2017년 말 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은 일상생활에서 북핵보다 미세먼지를 더 위협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공기청정기 등 미세먼지 관련 시장이 대폭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 불안 심리를 노린 미세먼지 마케팅도 등장한다. 공기청정기 성능을 허위·과장 광고하는가 하면, 제품은 최소 10만원대부터 최고 100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공기청정기 제조사들이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춤추며, 매출에서 일희일비하는 사이에도 미세먼지 발생은 계속되고 있다.

미세 먼지 공포가 확산되자,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채 과장된 광고를 앞세운 관련 상품들이 활개를 치고 있어 전문가들이 '미세 먼지에 대한 불안 심리를 악용한 전형적인 유사과학'이라고 지적한 언론보도도 있었다. 이같은 단편적인 해결책을 차치하고서라도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뿐 아니라 국민 모두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할 때이다. 우리 자신과 미래의 세대를 위해서라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

거시적으로는 미세먼지특별법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장·단기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큰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관할 기관과 지자체의 자체 시행계획 즉, 미시적인 대책도 동시에 수립해 이행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 자신도 각자 우선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노후화된 경유자동차는 정부정책에 발맞추어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해야 한다.
한편 서울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의 42%는 숲이 흡수한다는 내용의 논문도 발표됐다. 나무가 실외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는 셈인데, 실제로 나무 한그루가 1년에 에스프레소 1잔(35.7g)만큼의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셈이다. 숲은 태양과 물만 있으면 공기를 깨끗하게 정화시켜 준다. 따라서 미세먼지를 감축하기 위해 도심숲, 생활숲, 해안경관숲 등 숲 조성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가 바로 깨끗한 공기이다. 이대로 가다간 예부터 일컬어온 산 좋고 물 좋은, 아니 공기 좋은 대한민국이란 말은 잊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봄나들이도 좋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나무 한그루부터 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