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5회> 언론인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기는 알래스카의 앵커리지를 출발하여 서부해안 놈(NOME)까지 장장 1600㎞를 달리는 극한의 인내력이 필요한 개썰매 경기다. 한국전쟁의 포화가 들리던 초등학교시절 옆에 앉은 짝과 세계지도 책을 펴놓고 도시 찾기를 자주했었다. 어느 날 지도책을 펴놓고 놈을 찾아보라기에 이상한 도시 이름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우연히도 빨리 알래스카 서쪽의 작은 도시를 찾아내고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알래스카의 놈은 평생 잊히지 않고 있는 도시가 되었다.

▶평소 개를 좋아하며 인내력이 요구되는 스포츠에 관심이 있고 초등학교 시절에 각인된 놈이라는 도시를 향해서 설원(雪原)을 달리는 11마리의 개와 머셔(Musher, 개썰매꾼)에 매력을 느꼈다. 매년 경기가 있을 때마다 뉴스와 사진, 그리고 근년에는 동영상으로 지켜보며 언젠가는 아이디타로드의 출발점 앵커리지나 결승점 놈에 가서 경기를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매년 3월 경기를 지켜보는 게 버릇처럼 되었다.

▶금년도 아이디타로드의 우승컵은 노르웨이의 요아르 울솜(33) 머셔가 차지했다. 2011년부터 9년째 경기에 참가해온 울솜은 대회 최초로 8일 7시간 6분에 놈에 도착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통상 보름동안 계속되는 아이디타로드 경기는 영하 30도에 달하는 추위에서 풍천노숙을 하면서 썰매를 끄는 개들은 얼어버린 물과 사료를 먹으면서 달리다가 줄이 엉켜 넘어지면 다른 개들도 상처를 입게 된다. 머셔와 개들은 잠도 함께 자지만 너무 피곤하면 입맛이 없어져 사료를 먹지 못하고 달리다가 부상당하는 경우가 많아 신발을 신긴다.

▶1973년도부터 시작된 아이디타로드 경기는 알래스카 주 북부도시에서 남서쪽 해안마을로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서 겨울철에 눈이 쌓이고 개울이 얼면 시작된다. 그러나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강설량이 줄어들어 인공눈을 뿌려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두 차례나 출발지가 페어뱅크스로 변경되어서 앞으로는 출발지를 옮겨야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동물애호가들은 썰매를 끄는 개들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극한 상황에 내몰리는 개들이 수십 마리씩 죽고 있다고 항의한다. 더구나 아이디타로드가 유명세를 타면서 늘어나는 스폰서들의 자금을 유용하는 경우도 있어서 비판이 계속되고 있기도 하다. 알래스카의 겨울철 대자연 속에서 벌어지던 지방 축제가 스폰서가 많아지고 국제화 되면서 벌어지는 안타까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