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무분별한 대규모 국책사업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도입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20년만에 개편됐다. 그동안 전국 어느 곳이나 획일적으로 적용하던 평가 항목별 비중을 지역 여건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도록 바꾼 것이 이번 개편안의 큰 틀이다.
꼭 필요한 사업이 합리적인 평가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번 예타제도 개편에 담긴 뜻이라고 볼 수 있다.

개편안은 수도권에서는 경제성의 비중(최대 50%에서 70%)을 늘리고 항목도 경제성과 정책성만 평가하며 지역균형 부문은 제외하기로 했다. 비수도권과 인천· 경기도의 접경지역 및 농산어촌은 경제성 비중(최대 50%에서 45%)을 낮추는 대신 지역균형 비중(최대 35%에서 40%)을 늘린 것이 핵심이다.

전국의 균형적 발전에 무게를 두면서도 지역별 특수성을 감안, 국책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예타제도 개편은 예정돼 있거나 논의되고 있는 인천의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진다. 경제성이 평가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재의 예타조사 방식이라면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이던 백령도의 소규모 공항건설과 강화· 영종을 중심으로 한 서해평화도로 건설 사업은 정책성과 지역균형에 대한 평가 비중이 커지면서 가능성이 한결 높아졌다. 낙후돼 있으면서도 수도권정비법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역차별을 받아오던 강화· 옹진 접경지역과 경기도의 농산촌지역은 개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수도권 사업에서 경제성의 비중을 키우고 조사기간을 단축하기로 한 것은 인천 송도에서 남양주를 잇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와 제2경인철도 건설사업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예타조사 개편은 그 동안 지적돼 온 지역별 특성이 감안되지 않은 국책사업으로 도시와 농촌 등 지역별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문제점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불필요한 국책사업으로 예산 낭비는 없는지 등 제도 개편의 좋은 뜻이 훼손되지 않도록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