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의 기적과 같이 하루 두번 바닷길이 드러나 연평균 관광객 70∼80만명이 방문한다는 화성시 제부도가 시끄럽다. 제부도 주민 600여명이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교량 설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화성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하루 두 차례 바닷물이 빠질 때만 통행할 수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제부도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하루 8시간은 고립무원이 된다.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해양경찰의 배편이 아니면 긴급 이송할 수 없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빈번하다. 관광지역 등에서 폭력사건이 발생해도 긴급 출동하는 경찰인력이 없어 주민들이 알아서 대처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아이들의 통학뿐만 아니라 출퇴근에 불편을 겪고 있는 주민들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야 할 이유다.

그러나 서철모 화성시장은 지난 2월 초 서신면 제부도 주민과의 대화 시간에 교량 설치를 주장하는 지역 주민들에게 "다리를 건설해달라면 지금의 관광지 개발 계획을 취소하고, 그 예산을 모두 인근 백미리로 돌리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최소한 검토해 보겠다는 답변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서 시장으로부터 일언지하 거절당하자 당혹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주민들은 서 시장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1300억원의 예산에 난색을 표했던 시의 입장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만날 필요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주민들은 화성시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이유로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하고 있다. 집안 일을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서 호소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숙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권역별로 지역회의를 만든 서 시장이 상대적으로 제부도 주민들에게 선을 긋는 모습은 공평해 보이지 않는다. 서 시장이 말하는 숙의 민주주의가 이런 것인가 하는 의문도 든다. 지금이라도 서 시장은 제부도 주민들과 무릎을 맞대고 앉아 그들의 사정과 요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서 시장은 취임사에서 말한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배려하는 데 시의 공공서비스가 앞장 설 것"이란 시민과의 약속을 다시한번 되새겨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