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섭 한국은행 인천본부 부본부장

인천지역에서 근무한지 30년을 훌쩍 넘기고서야 다시 인연이 되어 인천 북성·신포동을 찾았다. 인파로 북적대던 거리는 온데간데없고 내항을 오고가는 화물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음과 먼지 때문에 주변 환경마저 열악해져 이곳이 인천의 명소였나 싶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인천시는 내항이 갖고 있는 잠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여객터미널을 이전하는 등 관광특구로 지정하여 개발을 하겠다고 하니 관광 명소화로 과거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사실 신포동 일대는 역사·문화적 가치와 육·해·공을 아우르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어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서울에서 지하철로 30분정도만 달리면 도착할 수 있어 지리적 여건도 뛰어나다.

서울에서 바닷바람 쐬고 싶을 때 동인천역에 내려 110년이 넘은 홍예문 길에 들어서면 인천항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원인 자유공원과 근대 건축물이 밀집되어 있어 볼거리도 많다. 한국교회의 유일한 바실리카 양식의 내동성당 벤치에 앉아 욕심을 비우다 보면 인천개항박물관, 교회 건축 중 백미로 손꼽히는 답동성당, 신포국제시장, 눈꽃마을이 기다리고 있어 마음을 비우기도 전에 가슴이 먼저 뛴다. 삼치거리 등 먹거리도 풍부해 배불러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뒤꿈치를 조금만 들면 보이는 차이나타운과 월미도는 덤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의 발길은 뜸해지고 상권도 침체되는 것일까. 그동안 정부에서는 지역활성화를 위해 관심을 갖고 다각도로 지원했을 것이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권이 침체되고 번화가가 사라지는 것은 사람들의 소비패턴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지역 고유문화와 동떨어진 기관의 구조적인 지원 때문이다. 예를 들면 각종 민원과 교통유발을 촉진하는 기관이 역사문화 핵심이자 전망 좋은 곳에 자리잡고 지역문화를 주도하고 있어 지역 활성화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또한 신포동이 품고 있는 천혜적인 환경 즉 교통, 바다, 공원, 역사문화 스토리, 먹거리 등이 톱니바퀴처럼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동인천역에 내려 걷다보면 서로 단절되거나 여기저기서 가져다 전시해 놓은 듯한 이벤트성 시설물과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물로 마음까지 불편하게 해 발길을 돌리게 한다.

늦게나마 관계기관에서 송도·청라·영종국제도시 개발에 밀려 침체된 신포동 일대에 대한 구도심 재생에 관심을 갖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하고 싶다. 한편으로는 개발이익을 앞세운 경제논리로 개발 방안에 대한 여러 잡음이 들려 걱정도 된다. 신포동 일대가 인천의 미래 먹거리가 되고, 수도권 시민을 위한 허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틀을 단단히 잡아 주었으면 한다.
세계 어느 지역을 가던 지역상권이 활성화 되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하나같이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과거에 머물러 있거나 미래를 앞서가는 곳'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인천의 경우 송도, 청라, 영종도가 미래를 앞서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 옛것의 스토리가 풍부하고 항구와 공원을 끼고 있는 신포동 일대는 과거로의 여행이 가능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외부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지리적 이점까지 활용할 수 있어 금상첨화다. 개발과정에서 개발이익 등 경제논리가 필요하다면 1·8부두는 옛것으로, 나머지 부두는 미래를 앞당기는 쪽으로 개발하여 과거와 미래가 공존할 수 있는 터로 가능한 곳이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추억 때문에 살아갈 힘을 얻거나 반면교사로 삼기도 하는데, 신포동 일대는 풍성한 스토리가 있기에 수도권 시민들에게 낭만적이며 허파 역할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연출이 가능한 곳이다. 내항을 포함한 신포동 일대는 샛노랗고 붉은 벽돌로 지은 건축물이 많아 매우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대한민국에서 유일무이한 곳이다. 이곳만의 특징을 살려 재생된다면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 관광 활성화로 연결되어 인천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래된 것들의 귀환도 중요하지만 복원을 하거나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재정비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예를 들면 전주 한옥마을이 그렇다. 개발이익에 밀려 신포동 일대의 정체성을 상실한다면 인천의 과거는 사라지고 돌이킬 수 없는 또 하나의 흉물로 남을 것이다.
머지않아 수도권 시민들이 월미도와 자유공원 전망대에 올라 이국적인 오래된 것들의 귀환을 보고, 만개한 꽃들과 푸른 바다를 벗삼아 숨을 쉬며 대한민국의 추억을 생각할 수 있는 명소로 재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