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개 사건 담은 형법서
현장적용 가능한 타·자살 판별법도
7일 다산 183주기 묘제서 의미 강연
▲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 <흠흠신서> 중에서 상형추의(정조가 심리했던 살인사건 중 142건을 골라 살인의 원인·동기 등에 따라 22종으로 분류한 것) 부분.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 <흠흠신서> 전체 모습. /사진제공=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과 다산연구소가 7일 남양주시 다산 묘역에서 '다산 정약용 선생 서세 183주기 묘제 및 헌다례'를 지낸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1836년 음력 2월22일(그해 양력 4월7일)세상을 떠났다. 실학박물관과 다산 연구소에서는 서세 170주기인 2006년부터 매년 양력일 4월7일을 다산 선생의 묘제 봉행일로 정하고 시민들과 함께하는 기념 행사를 열어왔다.

이번 기념 제례는 유배에서 풀려난 정약용 선생이 귀향 후 저술한 <흠흠신서>가 200주년을 맞이함에 따라 묘제행사를 통해 다산선생의 유풍(遺風)이 면면히 계승됨을 경기도민과 국민에게 주지시키고 국가와 지역 구성원으로서의 자긍심 고취를 취지로 마련했다.

200년 전인 1819년에 쓰여진 <흠흠신서>는 조선의 과학수사 지식을 집대성한 한국법제사상 최초의 율학 연구서이며, 법의학, 법해석학을 포괄하는 형법연구서이다. '흠흠欽欽 신중하고 또 신중하라'는 뜻의 이 책의 서문에 정약용은 집필 의도를 이렇게 남겼다. '비참함과 고통으로 울부짖는 백성의 소리를 듣고도 태연하고도 편안할 뿐 아니라, 구제할 줄 모르니 화근이 깊어진다'

당시 지방고을에서는 살인사건이 한번 발생하면 한 마을이 온통 쑥대밭이 될 정도였다. 수령이 시신을 검시하고, 사건을 수사하는 동안 아전들은 백성들의 세간을 약탈하고, 무고한 백성을 감옥에 가두는 등의 비리를 저지르고 있었다.

정약용은 이러한 폐단을 바로잡고 관리들을 계몽할 필요를 느꼈고, 사건의 판례와 수사 내용을 담은 수사노트이자 실무 지침서를 쓰게 된다. 이렇게 총 30권 10책으로 구성되어 350여건의 사례를 담고 있다. 타살인지 자살인지 판별하는 방법은 물론, 진짜 정신이상자를 구분하는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써 놓아, 관리들이 실제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묘제 봉행에는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 및 김종규 문화유산신탁 이사장, 손진우 성균관 수석부관장을 비롯 경인교대 김호 교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 신영희가 참석한다.

제례 과정에서 처음으로 술잔을 신위(神位)에 올리는 초헌관은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맡고 두 번째 술을 올리는 아헌관은 김종규 문화유산신탁 이사장이, 마지막 술을 올리는 종헌관은 손진우 수석 부관장이 맡아 제를 지낼 예정이다. 이어 김호 경인교대 교수가 <흠흠신서> 저술 200주년의 현재적 의미'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특히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보유자인 신영희 명창이 출연해 특별 공연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혜림 기자 ha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