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가 극도의 스트레스 경험 … 청력감소·분노·수면장애 등 겪어

 

전투기 소음피해가 있는 수원시와 화성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 중 대부분이 일상생활의 불편을 느끼고, 10명 중 3명 이상 꼴로 신체나 정신적인 피해를 받았다고 밝히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 참조>

3일 인천일보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수원·화성 주민 200명(각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투기 소음피해 관련 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낀다'고 답했다.

수원 주민 90%, 화성 주민 62%가 각각 이 같이 답했다. '불편하지 않다'고 말한 주민은 9%였고 '보통'은 15%다. 높은 연령과 주부인 대상자의 불편정도가 더 강했다.

'어느 시간대에 불편을 느꼈냐'는 질문에는 '낮(오전9시~오후7시)'이 63.2%로 가장 많았고, '거의 모든 시간' 21.7%, '밤(오후7시~오후11시)' 10.5%, '이른 아침(오전6시~오전9시)' 4.6% 순이었다.

구체적인 불편사항을 묻는 항목에는 48% 주민이 '대화'를 꼽았다. 29% 주민은 '거의 모든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수면 7.9%, 학습 6.6%, 업무 5.9%, 식사 2% 순이었다.

특히 적지 않은 주민들이 자신의 건강침해를 우려했다. 주민 37.5%(수원43%, 화성31%)는 '신체 또는 정신적 건강이 안 좋아졌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해치지 않음'에는 40.5%가 답변해 '보통(22%)'이라는 응답자를 감안하면 건강 피해를 받았다거나, 받지 않았다는 주민들의 수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을 해친다고 한 주민들은 주로 '여성(45.4%)'과 '주부(55.6%)'였다. 거주기간 대비 응답비율을 보면 '16년 이상'이 46.7%로 가장 높았다.

특히 정신적인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61.3%(수원55.8%, 화성68.8%)에 달하는 주민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지목했고, '청력감소' 14.7%, '과민, 분노 등 성격변화' 9.3%, '수면장애' 5.3%, '불안감 및 긴장감' 5.3%, '두통' 4%가 뒤를 이었다.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건강 피해로 실제 병원을 찾아가는 주민들도 있었다. 수원과 화성에 각각 5명의 주민이 '스트레스'나 '청력감소', '두통' 등으로 병원을 방문한 적 있다고 했다.
정부 대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조사 결과 드러났다. 주민 15.5%는 '전투기 소음 피해에 민원을 제기했다'고 답했지만, '항의에 대한 해결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무려 93.5%가 '아니다'고 응답했다.

민원 제기 경험자 10명 가운데 9명은 원하는 해결을 받지 못한 셈이다. '정부의 해결능력'을 묻는 항목에선 63% 주민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25.5%, '있음' 11.5% 순이다.
'전투기 소음에 대해 주민 지원사업 등을 실시하는 법이 제정된다면 피해가 해소된다고 생각하느냐' 질문에 58.5%가 '아니다'고 응답했다. 현재 정부는 소음피해 관련법 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미래도 비관적으로 봤다. 앞으로 전투기 소음피해가 어떻게 될지에 대한 의견은 '피해가 증가한다'가 50.5%로 가장 많았다고, '변화가 없을 것이다' 42% 등이었다. 긍정적 의견인 '감소한다'는 7.5%에 불과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60.5%가 '군공항 이전(수원74%, 화성47%)'을 꼽았다. '시설개선사업' 21.5%, '주민 보상' 8.5%, '군공항 폐쇄' 4.5% 등 의견도 나왔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6일 간 수원·화성 소음피해 지역 내(수원 세류·고색·평동, 화성 황계·진안·병점동)내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컴퓨터를 이용한 대면면접조사 방식이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6.9%p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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