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진 정치부 기자

 

1960년대 말까지 인천 서해 5도인 연평도에 조기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가 성행했다. 매년 5~6월이면 어선과 고기를 사려하는 상선이 수백척 몰려 경제가 활황해 연평도에 사는 개가 입에 만원짜리를 물고 다닐 정도였다고 한다.
꽃게는 날이 갈수록 씨가 마르고, 이마저도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에 빼앗겨 어민들의 한숨이 날로 짙어져가던 오늘날과 대조된다.

그런 서해 5도 어장에 봄이 찾아 왔다. 서해 최북단,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특수성 때문에 어민들은 그동안 제한된 구역, 한정된 시간 안에서만 조업을 할 수 있었다. 서해 5도를 제외한 다른 바다에선 밤낮 가리지 않고 어느 때라도 조업을 할 수 있었는데도 말이다.
봄어기 조업철을 앞두고 날아온 서해 5도의 어장 확장, 조업 시간 연장 소식에 어민들은 "올해는 작년과 다르겠지"라는 기대 섞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꽃게 등 조업량이 나날이 급감하고 있던 상황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어장 확대는 분명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또 다른 어민들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정부는 "여의도 면적의 84배가 확장됐다"고 하지만 백령도 어민들은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고 말한다. 어장이 연평도 주변, 백령·대청도로부터 먼 곳에 늘어나 조업 시간을 감안하면 새로 넓혀진 어장을 오가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적어도 일출 전, 일몰 후 각각 3시간씩은 연장돼야 출항하고 조업까지 할 수 있는데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조업하러 가다 돌아올 판"이라는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일부 어민들은 또 안전한 조업을 위해 마련된 어선안전조업규정이 현실과 맞지 않아 어민들의 어업 활동을 방해하고 있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어장이 확대되고 1964년 후 55년간 금지된 야간 조업도 허용된 것은 분명 의미있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결과를 발판 삼아 어장은 더 넓게, 조업 시간은 더 길게 연장돼야 한다고 어민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는 서해 5도 어민들은 60년 전 기억 속에 잊혀지던 연평도 조기 파시의 부활을 다시 꿈꿀 수 있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