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홍 인천대 무역학부 교수

4차 산업은 인류의 미래 생활을 바꿀 중요한 산업이다. 스위스 다보스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 Data), 사물인터넷(IOT, 인터넷을 통해 개별 사물끼리 정보를 주고 받는 것),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제시했다.
4차 산업은 특히 소비자들의 쇼핑 생활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유통업체에 대면거래가 없어지고, 상품을 자동으로 주문하는 '무노력 쇼핑'이 등장하고 있다.

무인점포는 이미 미국의 '아마존 고'(Amazon Go) 등에서 상용화되고 있고 중국, 일본 등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또한 드론을 활용하여 바로 집 앞까지 상품을 배달하는 택배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유통, 쇼핑, 물류 분야에 다양한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된다.
4차 산업 혁신의 선두주자인 아마존고는 아마존의 본사가 있는 시애틀에 무인 식료품 마켓을 개장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존고는 기존의 무인 계산대 시스템과는 달리 인공지능, 딥 러닝 기술(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 등이 적용된 매장이다. 일반 매장과는 달리 점원과 계산대가 없고,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구매한 상품들이 자동으로 가격이 계산되고, 바코드를 찍지 않고 그냥 상품을 들고 계산대를 통과하면 결재가 이루어지게 된다.

아마존고에서 도입된 기술은 고객들이 상품 고르는 시간, 구매 패턴 등의 자료가 자동으로 입력되어 고객들의 구매 패턴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수집하여 더욱 강력한 빅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의 쇼핑 습성, 취향, 나아가 소비자 개인의 사생활까지 유추해 볼 수도 있게 된다.
아마존고와 같은 4차 혁명의 첨단기술을 이용한 유통 분야의 적용은 국내 편의점, 대형 유통업체 위주로 확산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무인 자동판매기, 바코드 자동인식 등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관련 분야의 기술개발이 진전되면 유통업계로의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확산될 전망이다. 유통 산업의 기술 혁신으로 소비자들에게 첨단 쇼핑 공간과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국민경제 전체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내포하게 된다.

우선 무인점포, 무인 계산대 등의 유통업의 확산으로 유통 분야의 고용인원이 급속도로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내 언론들은 2016년 기준 아마존고와 같은 무인마트 개장 이후 미국 내 350만명의 계산원으로 고용된 인력 중 약 90만명을 차지하는 식료품 매장 계산원의 실직이 우려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에 최저 임금 상승 등의 요인으로 편의점에서도 키오스크 등 무인판매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향후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 무인 판매가 확산되면 유통업계의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을 이용한 기술은 유통업계에 편리를 주기도 하지만 컴퓨터를 응용하는 기술이 도입되기 때문에 시스템이 불안정할 경우 결제 확인 불능 등의 문제로 쇼핑 대란이 올 수 있다. 해킹 등 보안의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고, 개인 소비자들의 사생활 침해 문제도 적지 않다.

또한 무인점포 등 편리한 쇼핑 시설은 대기업의 막대한 투자로만 가능함으로 유통업태의 대형 점포와 중소 영세상인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유통업의 독과점화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아마존고의 경우에도 대형 유통업체 홀푸드체인을 인수하여 무인점포를 편의점에서 대형 유통업으로 확장시키려 하고 있다.

이러한 4차 산업의 유통산업 도입에 대한 대책으로는 4차 산업에 대응한 정부, 지자체 등에서 관련 법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중소 자영업, 슈퍼마켓, 전통시장 등에도 4차 산업 도입에 대비하여 시설 투자 지원, 중소상인들의 4차 산업 이해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가 양성 등 중소 유통업을 위한 대비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편리한 세상이지만 누구나 소외 받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