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실장

77세의 자원봉사자 지병수 할아버지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전국노래자랑에 나와 손담비의 <미쳤어>를 '애교' 있는 안무와 곁들여 '할담비'(할아버지+손담비)라는 애칭을 얻었다. 유튜브와 방송국 해당 영상은 밀리언 기록을 이어가고 있으니 웃음 바이러스에 환호하는 노인 팬덤 문화도 기대할 만하다.
일본은 '쉘 위 댄스'의 열풍을 이어 최근 1970~1980년대 대중문화의 상징이었던 디스코(Disco) 클럽이 부활해 중장년층의 발길이 잦다고 한다. 로큰롤, 고고, 록, 디스코가 혼재되던 젊은 날의 추억을 찾아나서는 분위기다. 5년 전 일본 디스코 클럽의 대명사 '마하라자(대왕)'가 오사카에 문을 열고 도쿄, 나고야 등 일본 전역으로 디스코 붐을 되살리고 있다는 외신이다. 시니어들을 배려한 인테리어도 등장했다. 입구부터 댄스 플로어, 객석 카운터 등까지 단차를 없애고 화장실에 안전 손잡이를 설치했다는 소식이다.

뒤돌아보면 미러볼 사이키 조명, 칵테일 불빛에 흐르는 디스크자키(DJ)의 감미로운 음성, 나팔바지에 한 박자 쉬어갔던 블루스 타임은 좀 어색하기도 했었다. 한때 음악에 맞춘 DJ.DOC의 '관광버스 춤'이 대중들의 인기를 끌어냈다. '노래하고 싶을 때는 노래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노래해요 그깟 나이 무슨 상관이에요 다 같이 노래해 봐요 이렇게'라는 가사는 춤과 음악이 주는 공감의 세상을 펼쳐 보인 듯하다.
요즘 '팽고팽고' '로젠켈러' '앙앙' '우산 속' 등 지난 디스코클럽들의 풍류가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이제 장년이 됐을 고고클럽의 입담 좋았던 웨이터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을까. 정 많고 그리운 사람들의 젊은 시절엔 물뽕도 없었고 외설 동영상이 떠다니지도 않은 시대였다.

노인도 왕년에는 흥에 젖었던 젊은이였고, 나이 들어 인생의 굴곡을 추억으로 간직했다. 하지만 청춘은 아름답고 질풍노도와 같은 것이고, 노년은 돌봄과 역겨움의 대상이라는 인식부터가 편견이다.
인천 호프집 화재사건 이후 청소년들의 건전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콜라텍(콜라+디스코텍)이 이젠 장·노년의 여가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젊은 시절의 객기 같은 탈선이 간혹 민망스러운 장년의 일탈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칫 지 할아버지가 영욕의 인생살이에서 뽐낸 노년 즐기기가 타인에게 단순한 유흥으로 비춰질까 우려된다. 노인의 흥겨움을 이색적인 시각으로 보기보다 노인을 춤추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세대 간 편견 없는 사회 구조가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