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지난달에 송도가 장차 지구 온난화로 물에 잠길 수 있다는 기고문을 썼는데 이를 읽은 독자들 가운데 내게 되묻는 경우가 몇 있었다. 진짜로 송도나 영종도가 물에 잠긴다면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난 일 년 이상 인천일보에 글을 쓰는 동안 이번에 적지 않은 반응이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송도나 영종도의 미래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글이 나간 지 바로 며칠 만인 3월11일. 일본의 대지진이 일어난 지 8년 뒤의 현장이 KBS 특파원 리포트로 생생하게 방송됐다.

이 방송에서는 쓰나미가 할퀴고 지나갔던 일본 해안가에 만리장성과 같은 거대한 장벽이 생기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동북부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지 해안에 들어서는 방조제 이야기다. 8년 전 거대한 쓰나미가 지나갔던 자리에 무려 건물 5층 높이의 장벽이 해안을 둘러싸고 만리장성을 이루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8년 전 쓰나미의 피해는 매우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의 희생자는 2000명이 넘었고, 행방불명자를 포함하여 모두 2만1000명이 넘었다. 그런데 이때 지진의 피해자는 적었던 반면, 대부분의 희생이 쓰나미에 의해 생겼다. 당시 해발 15m 이상 높이의 육지에까지 바닷물이 차올랐고 강을 따라서는 내륙으로 9㎞ 정도까지 물이 밀려왔다.

지난달 기고문에서 지적했듯이 1984년 후다이의 와무라 고토쿠 촌장이 15.5m 높이의 방조제를 쌓아 2011년 쓰나미의 습격을 피했듯이 미래의 쓰나미 피해를 막기 위하여 일본 동북부 지역 해안에도 15m 높이로 방조제가 들어서고 있다. 후다이의 방조제는 촌장 차원에서 동네 앞바다에 약 500억원 규모로 만들어졌지만 이번에 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등지에 세워지는 해안 방조제는 장장 총 295㎞ 길이에 13조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 방조제는 2011년 쓰나미가 휩쓸고 간 지 꼭 10년 만에 완공될 예정이다.
일본 동북부 해안에 방조제를 쌓는 데 대하여 주민들의 찬반도 극명하다. 8년 전 끔찍했던 쓰나미의 피해를 떠올리면 미래의 잠재적 위협을 지켜준다는 점에서 찬성이 없을 수 없다. 하지만 15m 높이의 장벽은 태평양 바다경관을 해치고 엄청난 비용을 잡아먹는다는 데 반대가 있다. 게다가 주민들은 방조제 만드는 것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불만에 차있다. 주민들은 그 비용으로 차라리 주민들을 높은 지대로 이사하게 만들었다면 경치도 살리고 쓰나미에 대처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일본의 쓰나미 대책은 그 대책이고, 다시 송도와 지구온난화의 여파를 더욱 우려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이어진다. 시베리아, 캐나다, 알래스카 등 북극해 지역에서 온난화가 더욱 강해지는 추세라는 소식이다. 알래스카주에서도 북부에 속하는 지역에서 이미 3월 기온이 평균 영상을 넘는 4, 5월 날씨를 보이며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단다. 가장 안전할 것으로 믿고 인류 최후의 날을 대비해 전 세계 약 450만종의 씨앗을 국제종자저장고라고 만들어 모아둔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의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려 저장고의 입구 터널이 침수되는 일이 이미 발생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스발바르대학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스발바르제도의 평균기온이 2100년 안에 10℃까지 상승한다고 한다. 게다가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에서는 만년설과 얼음이 녹으면서 몇 십 년 동안 그 속에 묻혀 있던 등반가의 시신들이 드러나는 중이라고 한다. 지난달에 공개된 힌두쿠시 히말라야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현재와 같은 추세로 계속된다면 2100년에는 히말라야 빙하의 3분의 2가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은 15m 높이 방조제를 295㎞ 해안에 쌓아 10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는 어떻게 할 수 없겠지만 100년에 한번 올 수 있는 정도의 쓰나미는 막겠다는 계획이다. 발생 가능성이 확률상 매우 낮지만 일단 생기면 매우 치명적인 쓰나미를 막겠다고 엄청난 준비를 시행하는 중이다. 이에 비하면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올라 송도나 영종도가 물에 잠길 가능성은 100년, 10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확률이 아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등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송도나 영종도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물에 잠기는 것은 피할 수 없고,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기 위한 그 어떠한 준비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은 아직 들린 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