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저널리스트
▲ 옐로하우스 철거 현장.

1990년 게리마샬 감독의 영화 '귀여운 여인'(Pretty Women)은 주인공 줄리아 로버츠(비비안 역)와 리처드 기어(에드워드 역)가 주연을 맡았던 당대의 히트작이다. 지금도 TV에서 재방될 때가 있는데, 열 번쯤은 봤던 것 같다.

비비안은 생활고를 겪다 로스앤젤레스 밤거리에서 몸을 파는 매춘부가 됐다. 하지만 사업가 에드워드를 만나며 그녀의 삶은 달라졌다. 오페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를 보면서 그녀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린다. 누구나 볼 수 있는 오페라지만 그녀에게는 처음 접하는 문화적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현실하고는 너무나 괴리가 있는 이 스토리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신조어를 낳았다. 자신의 능력이나 배경으로는 상류사회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는 여성이 마치 동화 속의 주인공 신데렐라처럼 능력 있는 남자를 만나 인생역전을 이루는 심리를 말한다.

지난 3월, 일명 옐로하우스로 불리던 숭의동 재개발 철거 현장은 쉼 없이 움직이는 기계의 소음으로 가득했다. 입을 벌린 거대한 기계는 한순간에 집을 허물어뜨렸다. 어쩌면 누군가 품었을지 모를 신데렐라의 꿈,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간으로서의 삶의 꿈도 혹시 그렇게 허물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십정동의 열우물마을, 학익동과 용현동, 숭의동에 이르기까지 도시 재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사회는 재개발의 그늘에서 외면당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인색하다.

개발은 사람들의 인간적인 관계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삶의 터전을 훼손하며 그들의 꿈을 허물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개발의 과정에서는 응당 사람들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것이 재개발사업에서의 철학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의 꿈이 깨지지 않게 조심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