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나는 곳에 주거지 … 기형적 개발이 부른 비극


수원과 화성 일대에서 발생하는 전투기 소음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개발은 하되, 피해 예방은 않는 정부의 안일한 판단이 화를 키운 것이다.


# 늘어나는 피해자

1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수원과 화성에 걸친 군공항이 지어진 시기는 일제강점기, 본격 운용된 시기는 1954년 국군이 미군으로부터 인수하면서다.

당시 수원과 화성은 도시로 개발되지 않은 시골 마을이었다. 1955년 인구총조사 결과 수원·화성 인구는 30만명이 채 되지 않았다.

이랬던 지역들이 정부의 수도권 개발방침에 맞춰 급속도로 발전했고, 인구도 덩달아 증가했다.

두 지역의 인구는 올해 기준 200만명(수원124만2212명·화성75만8722명)을 넘어섰다.

전투기가 전술훈련 상 날아다니는 권역에 주거지를 비롯해 사람이 있을 만한 공간이 가득한 기형적 구조로 변화하면서 결국 지금의 대규모 소음 피해 사태를 불렀다.

전투기 소음에 노출된 수원, 화성의 대략적인 면적은 약 34.2㎢다. 이곳에 사는 주민 인구는 지표상으로만 25만3044명(수원18만6456명·화성6만6588명)에 달한다.

공군은 수원과 화성 공역에서 F-4, F-5 등 전투기를 비롯해 수송기, 헬기 등을 운용하고 있다.


# 구멍 난 국가 대응체계

전투기 소음 피해가 세월이 지날수록 줄지 않고 오히려 커진 원인에는 정부의 허술한 대응 체계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분하다.

전투기 소음이 수원·화성지역 이슈로 떠오른 시기는 일부 주민과 학생들이 신체·정신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1995년쯤으로 추정된다.

당시 한 시민사회단체는 군공항과 인접한 5개 지역의 소음도를 약 10일간 조사한 결과, 일본 기준치(최대 60웨클)보다 높은 80웨클(WECPNL·항공기소음단위)로 측정됐다는 발표도 했다.

이보다 먼저 환경처 조사에서 군공항 반경 1㎞에 청력 장애를 유발하는 90dB(데시벨·소음측정단위)정도의 소음이 발생한다는 결과도 나왔다.

상황이 이렇자 건설부, 재무부, 교육부 등 거의 모든 중앙부처는 수원·화성을 비롯한 전국 전투기 피해에 대한 실태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전투기 소음 대처와 관련한 전담 부처도 마련되지 않았다. 군사시설을 관리하는 국방부, 관할 지자체가 주민 민원이 들어오면 사과로 응답하는 수준이다.

더욱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도 없다. 소음 피해를 줄이려면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피해를 규정한 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1993년 항공법(현 공항소음방지법)이 제정된 이후 같은 소음인데 불구하고 민간공항은 대책이 있고, 군공항은 대책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는 중이다.

법이 없으면 지자체가 하는 최소한의 대책도 발목 잡힌다. 실제로 2010년 수원시는 전투기 소음피해 관련 지원 사업(의료비 지원 등)을 자체 추진하려 했다가 무산되기도 했다.

해외에도 국내처럼 전투기 소음피해가 존재하지만, 대응체계가 또한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전투기 사고율·소음노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공군공항 주변에 '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 계획은 수원과 화성처럼 군공항 주변으로 주거지 등이 개발되는 것을 방지하고, 주민들의 안전·건강을 보장하는 것이 목적이다.

프랑스도 비슷하게 군공항 소음피해 확산을 막는 취지로 소음 노출도를 분석·작성하고, 구역별 개발행위를 차등해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전투기 소음피해 지역에 공공·기반시설 정비 등 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특정 방위시설의 경우 지자체에 '정비 조정 교부금'을 따로 지급한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조정센터 교수는 "최근 연구를 통해 주민들과 접촉하는 과정에서 소음피해의 체감정도가 상당한 것을 알았다. 정부의 대책이 지지부진한 것은 피해를 객관적인 데이터로만 판단해서 그런 게 아닌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현장의 피해가 충분히 반영된 정책 신설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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