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남부취재본부 부장

수석침류(漱石枕流)는 중국 진대(晉代)의 진서(晉書) 손초전에 나오는 말이다. 손초가 속세를 버리고 산 속으로 은거하면서 "돌로 베개 삼고 흐르는 물에 양치질 한다(침석수류 枕石漱流)"를 잘못해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 삼겠다(수석침류 漱石枕流)"라고 말했다.
친구 왕제가 "흐르는 물이 어찌 베개가 되고 어떻게 돌로 양치질 할 것인가?"라고 묻자, "물로 베개를 삼겠다는 것은 되지 못한 소리를 들었을 때 귀를 씻는다는 뜻이요, 돌로 양치질한다는 것은 이를 단단하게 한다는 뜻이다"라고 둘러댄데서 유래됐다.

수석침류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억지를 부리는 태도를 이르는 말이다. 견강부회(牽强附會)와 비슷한 뜻이다. 최근 안양·화성시 등에서 자치단체장의 임명권이 자기 사람을 심기 위한 편법으로 행해졌다. 이에 대한 해명을 살펴보면 수석침류와 한치의 다름이 없다. 경기도는 지난 18일 안양시 홍보기획관(개방직)으로 임용된 A씨가 채용에 필요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합격을 취소하라고 시에 통보했다.
이에 대해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 20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채용과정에서 서류 심사위원들이 하자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A씨 채용을 취소할 의향 없다"며 도 감사결과 통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최 시장의 선거캠프 출신이다. 안양시 홍보기획관 경력요건(6급 공무원 출신 기준)은 관련분야에서 3년 이상(1095일) 근무한 자로, 6급 또는 이에 상응하는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A씨는 주민생활지원과 문화체육팀장(996일) 등을 포함해 모두 2059일을 경력으로 써냈다. 경기도는 문화체육팀장 업무를 홍보기획관 경력요건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화성시도 지난 8일 인재육성재단 이사회 투표결과와 관계 없이 차순위자를 재단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심지어 시 자체 특정감사 진행 중에 임명권을 승인했다. 서철모 화성시장측은 "법과 정관에 따라 임명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것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임명된 대표이사는 서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재단 정관에 이사장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 대표이사(당시 명칭 상임이사)를 임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 시장은 이사회 의결을 존중했어야 했지만 이를 부정했다. 또 이사회 의결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사회 운영규정을 준수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았다. 이사회 운영 규정에는 의장(이사장)은 이사회의 의결사항 중 집행상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하는 사안에 대해 시행을 보류하고, 1회에 한해 의결한 날로부터 1주일 이내에 이사회에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리 논쟁을 떠나 시민의 눈높이로 보면 이들 단체장의 임명권 행사와 그 이후 대처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들 단체장들은 잘못 또는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억지를 부리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통렬한 반성과 잘못을 수정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내년 총선과 차기 지방선거에서 오만방자한 지방자치단체장과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돌로 양치질하는 수모를 겪게 될지 모르겠다. 유권자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